꽃에 나비가 앉듯

꽃에 나비가 앉듯,
꽃과 함께하니 행복이 내게 와서 앉았다.

모양도 향도 색도 제각각인 꽃들은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수수하면 수수한 대로,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

작은 꽃 가게를 연 지 3개월이 지났다.
꽃을 주문하는 분들의 사연은 조금씩 다르지만, 누군가를 축하하고 위로하고 감사하는 선물이기에, 그분들의 표정과 음성에서 기분 좋은 설렘이 내게도 전해진다.
그 설렘으로 나는 꽃을 만진다.
주문 주시는 분의 마음도 되었다가, 받으실 분의 마음도 되어 보았다가, 그렇게 나는 꽃을 완성해 나간다.
꽃이 웃고 있다. 꽃이 수줍어한다. 꽃이 편안해 보인다…
완성된 꽃을 보면 꽃 속에도 표정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한 남자분이 전화로 상담을 주시고 방문을 하셨다.
혼인 신고 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아내께 드릴 선물을 생각하고 계셨다.
말과 표정을 아끼는 무뚝뚝한 군인 아저씨였는데, 제품에 대해 찬찬히 물어보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내게도 전해졌다.
꽃이 들어간 향기 나는 제품으로 결정하시고 나는 포장을 하였다. 아내를 위한 선물을 기다리는 남편의 모습은 꽃만큼이나 예뻤다.

그 예쁨에 반해, 선물과 함께할 꽃 한 송이를 드린다고 하니 아이처럼 좋아하신다.
꽃을 포장하는 동안 나의 행복 게이지도, 나의 입꼬리도 최고점을 찍는다.
새로 시작하는 이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또 누군가에게 행복함을 만들어 주는 일이구나! 꽃을 만지면서 처음으로 보람이란 걸 느껴 본 날이었다.

그날은 49재 때 사용할 꽃을 주문받았다.
짧은 생을 마감한 고인의 안타까운 사연에 내 마음도 숙연해진다.
조화는 주문받은 당일 꽃을 준비해온다. 꽃 시장을 찾은 나는 평소와는 다르다. 고인을 추모하는 꽃이니만큼 나의 발걸음도, 손놀림도 차분해진다.
꽃을 만지며 고인의 평안을 기원했다.

손으로 꽃을 만지지만, 마음으로도 꽃을 만지게 되는구나.
꽃은 그냥 꽃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표정도 담아지는 구나.

꽃에 나비가 앉듯,
오늘도 나는 꽃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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