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쯤으로 기억된다.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의 캠핑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이상으로 “나도 가고 싶다.” 는 생각이 훅 들어왔다. 그저 이야기 듣고 생각만 하기엔 내 몸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너무 컸었다. 이렇게 시작한 우리 가족의 캠핑. 처음에는 즐거움과 낭만, 독특함이 좋았다. 그런데 캠핑을 다닐수록 갖추어 할 것들이 많아 준비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힘들 때도 있었다.
필요에 의해서 하나씩 쌓여가는 장비와
덜 필요하지만 “그래도 있으면 좋겠다.” 라고 가족과 함께 의논한 용품들이 작은 집에 사는 살림살이에 버금갈 정도다. 문제는 집에서 캠핑장까지 운반이었다. 거의 이사 수준으로, 캠핑장으로 갈 땐 그나마 부푼 마음으로 즐거웠지만, 돌아올 땐 하기 싫음이 몸을 더 힘들게 한 것 같았다. 그때 쯤 아들이 힘을 쓸 수 있는 중학생이 되면서 돌아올 때도 덜 힘들고 즐거운 캠핑이었다.
… 요즘 새롭게 캠핑을 떠나는 이유는
‘나에게 조그만 틈을 주기 위해서’ 라고 내 속에서 들린다. 그리고 남편에게 물으니 ‘자연에게서 좋은 기운을 받아 휴식을 취함’이라 한다. 그렇다 우린 이렇게 자연에게서 치유를 받고 휴식을 가지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치유와 휴식을 더 많이 갖고 싶은 건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지금 순간을 살고 싶은’ 나에게 주는 온전한 선물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최근 몇 년은 아들없이 텐트 치고 걷는 것이 힘들어 3박4일,
대부분 4박5일 일정을 잡는다. 그 기간 동안의 생활은 먹고, 자고, 쉬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거기서는 오로지 집중이 된다. 무엇을 하든 판단하지 않고, 몸이 움직이는 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그냥 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멍해지는 것인 줄 알았다.
‘순간 머무름에 집중하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것.. 그냥 이대로..’ 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하고 나름 좁은 소견을 적어 본다.
한 겨울 캠핑 맛은 더 독특한 것 같다.
대부분 사람들이 놀라 되묻곤 한다. ‘이런 추운 날 캠핑이라고?, 그것도 텐트에서 잠을 잔다고?’ 주방과 둘로 나누어진 텐트 방은 두 겹이고 침낭과 가스난로까지 추위를 막아준다. 여기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은, 맛으로, 향으로, 꽉 차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다. 아무도 걷지 않은 이른 아침, 눈 쌓인 길을 걸으면 내가 어느새 맑게 치유되고 있었다. 그리고 장마철 텐트 안에서 들을 수 있는 빗방울 소리는 긴장과 걱정을 해소하며 왈츠 음악처럼 몸과 맘을 가볍고 즐겁게 해 준다. 이렇게 계절과 날씨에도 개의치 않으니 캠핑은 얼마나 자유롭고 편안하가!
며칠 전 글램핑을 처음 갔었다.
텐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과 안락함이 좋았다.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역시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옆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어른들의 밝은 목소리가 장작 타는 냄새와 함께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아침햇살과 지저귀는 새소리는 산책로로 발길을 향하게 했다. 참 예뻤다.
그리고 고마웠다.
이렇게 느낄 수 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