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가끔은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
또, 가끔은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은 전화나 문자로 안부를 묻기도 한다.
듣고 싶은 노래는… 요즘은 어디서든 쉽게 찾아 들을 수가 있다.
음식은 손맛 때문인지 같은 맛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부터 쫄면 생각이 난다.
쫄면을 떠올리면 추억 하나가 올라온다.
어릴 적, 창원 소계시장 주변에서 어머니가 미용실을 운영하셨다.
일이 바쁘시면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는데 그래서 간단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자주 시켜 먹었다. 국수, 비빔밥, 쫄면, 아주 지겹게도 먹었다.
소계시장 안에 위치한 분식집에서 시켜 먹었는데 그 집 쫄면 맛이 기가 막힌다. 아삭한 콩나물과 새콤달콤한 양념이 나의 침샘을 자극했다.
대학 다닐땐 기차를 타고 자주 움직였다. 진영역에서 기차가 서면 그때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쫄면을 시켜주시라 했다. 예전엔 진영역 다음 역이 창원역이었는데, 창원역에서 내려 집까지 택시 타고 기본요금이 나왔으니, 나와 쫄면이 딱 맞게 도착하였다. 20년이 지나도 어머니는 그때의 쫄면과 진영역 얘기를 꺼내신다. 기분 좋은 추억이다.
며칠 전 창원엘 들렀다. 볼일을 보고 추억이 있는 소계동으로 향했다.
쫄면 생각도 나고 학교 마치고 가끔 먹던 떡볶이 생각도 났다.
배가 고프지 않아 쫄면과 김밥을 포장하고 식당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그때의 주인아주머니가 보이질 않아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예전부터 쭈욱 계셨냐고… 그러니 모퉁이에 계신 아주머니를 가리키신다. 아, 그대로시다. 할머니와 함께 음식을 만드셨는데 할머니는 돌아가셨다고 하신다. 그제야 저기 미용실 딸이라고 하니 이제는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신다. 하긴 나를 초등학교 때부터 보셨을 텐데 그때의 나보다 더 큰 아이를 둔 지금의 나를 어찌 알아보실까?
동네를 찬찬히 돌았다. 늘 다니던 곳을 걸으며 시선을 여러 번 멈췄다. 그때 내가 다니던 독서실, 목욕탕, 마트, 빵집
그때의 공중전화는 보이질 않지만, 그 자리는 그대로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쫄면을 먹고 배가 부른데도 김밥을 먹었다. 김밥 한 줄을 하나하나 오래 꼭꼭 씹었다.
그래! 이 집 김밥을 먹으면 코끝으로 오이 향이 전해졌었지.
씹고 또 씹으며 아련하게 올라오는 그때의 맛을 찾아내고 기억했다. 반가웠다.
그 맛과 함께 그때의 사람들과 기억들을 추억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