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손미영
사천 종포의 식당에서 약속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해가 지기는 이른 시각, 너른 갯벌이 바닥을 드러내었고 바람은 머리카락을 흩트리고 나뭇잎들은 저들끼리 부딪혀 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갯가를 바짝 걷다가 무언가 재빠른 움직임을 빠른 눈길로 잡아봅니다.
제법 손등 반 만 한 게에서 부터 빤제이(아주 작은 게: 식용 볶음을 하기도 함)들의 눈 깜짝 새의 움직임이었습니다.
나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바람은 거세게 불어 대는데 저 소리 내는 바람에는 움찔하지 않으면서 나의 작은? 발소리에는 신기하게 자신들의 모습을 갯벌 속으로 감추기에 바쁜 그들이었습니다.
슬슬 장난기가 발동 하였습니다.
슬금 거리기도 하고 후다닥 뛰어보기도 하고 혼잣말로 “깜짝 놀랐지~!” 한참을 웃으며 혼자 바닷가를 오락가락 하다 보니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눈앞에 보여 지는, 아니 들려지는 발자국 소리에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들의 귀에는 발소리가 들리면 자기들을 바께스(들통)에 주워 담아가던 오랜 사람들에서부터 지금까지를 기억하여 방어적인 태세에 돌입 하게 되는 본능을 가진 움직임에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이야길 들려주었더니, ‘종포 바다가 살아나는 구나’ 하였습니다.
spp가 문을 닫은 지 오래입니다. 오랜 코로나 탓도 있긴 하지만 경기가 많이 둔화된 것을 체감하는 요즘, 그래도 살아나는 갯벌이 품은 그 많은 생명들이 있어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들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지역의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경기를 활성화 하며 함께 나아가는 날도 올 것이라 바람 하여 봅니다.
해변길이 잘 정비되어 드라이브를 하거나 마냥 걷기를 해도 좋은,
종포! 그 바닷가에 서 있는 솟대의 기다림과 황홀한 저녁노을 속 빤제기들의 바지런한 숨소리 가득한 그곳의 평화롭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 길을 한번 다녀 가 보심은 어떻겠는지요?
혼자서도 많이 웃었더니 볼에 쥐가 나던 저녁입니다. 눈 앞 가득한 빤제기들과의 빙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