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9호 판소리 수궁가
올해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어릴 때 즐겨 읽었던 전래동요나 이솝우화는 재미도 있었고 교훈을 동시에 새길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치는 유익한 내용들 이었다. 우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참 다양하다. 여우, 돼지, 사자, 늑대, 사슴, 생쥐 개구리, 까마귀, 당나귀, 도시 쥐와 시골 쥐 …… 토끼와 거북이 등 많은 주인공들이 있었다.
대단히 공격적이고 뻐기기 잘하는 성격을 가진 파격적인 거북이 한 마리가 토끼한테 달리기 경주를 하자고 도전장을 낸 이야기, 용왕(龍王)이 병이 들자 약에 쓸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하여 거북이가 세상에 나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리고 가는데 토끼는 꾀를 내어 용왕을 속이고 살아 돌아온다는 이야기…….
무심코 읽었던 우화 속에는 인간의 갖은 본능이 반영되어 있다.
사천시 서포면 ‘비토섬’
수궁가의 고향인 서포면 비토섬은 날 비(飛), 토끼 토(兎). 섬이 토끼가 날아가는 형태의 섬으로 이름 지어진 별주부전의 배경된 곳이다. 다양한 동물모양의 섬들, 월등도, 토끼섬, 거북섬, 목섬 등이 있는 것을 보면 수궁가의 본고장임을 알 수 있다.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토끼는 영민함과 지혜로움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토끼와 자라의 행동을 통하여 인간의 부족함을 풍자하고 해학과 풍자 가득한 ‘수궁가’ 는 판소리의 진수를 맛본다.
판소리 수궁가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판소리 다섯 마당(수궁가,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 흥보가) 중 한 마당이다.
수궁가’는 판소리 다섯마당 중의 하나로 별주부전(鼈主簿傳), 토생전(兎生傳), 토끼타령 등으로 불리며, 별(鼈)은 자라를 뜻하고, 주부(主簿)는 벼슬 이름(官職名)이다.
용왕이 병이 들어 토끼간이 약이 된다 하여, 자라가 세상에 나가 토끼를 꾀어 수궁에 들어오나, 토끼는 꾀를 내어 용왕을 속이고 다시 세상으로 살아 나온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것이다. *판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와 소리(노래)의 합성어 *
수궁가는 재치 있고 아기자기한 소리와 아니리(창을 하는 중간 중간에 가락을 붙이지 않고 이야기하듯 엮어 나가는 사설), 발림으로 짜서 기지와 해학적인 맛을 들여 판을 벌인다.
이러한 수궁가의 내용은 용왕이 득병하여 자라가 세상에 나오는 대목, 짐승들의 나이 다툼, 자라와 토끼가 만나는 대목, 토끼가 용궁에 들어가는 대목, 토끼가 세상에 다시 나오는 대목으로 되어있다.
이 가운데 약성가, 토끼화상, 고고천변, 자라와 토끼가 만나는 대목, 토끼의 삼재팔난, 토끼의 기변, 토끼가 세상에 나오는 대목이 흔히 불러지는 유명한 소리이다. 수궁가는 물고기와 산짐승들이 주인공이 되는 우화이어서 아기자기한 맛이 있으나 주인공들이 용궁의 신하들인 만큼 소적벽가라 하여 꿋꿋한 맛이 있는 소리판제이다.
동편제 판소리 수궁가의 유래를 보면, 송만재가 지은 관우희라는 글에 판소리 열두 마당으로 꼽힌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순조 이전부터 판소리로 불려 졌던 것을 알 수 있다. 순조 때 송흥록이 동편소리제의 우두머리로 꼽으며, 철종 때 송광록, 박만순, 고종 때 송우룡으로, 송우룡이 송만갑과 유성준에게 전승되어, 박봉래를 거쳐 박봉술, 선동옥에 이어서 오늘날 손양희와 이윤옥으로 전승되어 지고 있다.
*동편제는 전라도의 운봉, 구례, 남원. 순창, 흥덕, 경상도 일부를 중심으로 전승되어져 왔고 외마디 외장단에 남성적인 웅장하고 장대함이 동편제의 특징이다.
*국악 섬진강을 중심으로 전라도의 동쪽지역에 전승되는 판소리 소리제.음악용어. 판소리를 전승지역 의 특징에 따라 구분하는 것으로 전라도 동부지역에 전승되는 소리를 동편제라고 한다.
경상남도 판소리수궁가 예능보유자 故선동옥선생은 1936년11월 10일 전남 승주군에서 태어나 12살 되던 해에 박봉술의 문하에 들어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순으로 사사 받았으며, 김소희에게 춘향가와 심청가의 일부 대목소리를 사사 받았다. 순천국악원장을 비롯하여 왕성한 활동을 펼쳤으며 1970년대 초,중반에 경남 사천에 자리를 잡으며 판소리 부흥의 시대를 열어 경남의 판소리 토대를 마련하였다.
1985년 1월에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9호 판소리 수궁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았고 판소리 예능 보유자는 경상남도에서 1호이다. 선동옥선생의 소리를 전승 받아, 현재 왕성히 활동하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 후보자는 이윤옥, 손양희를 비롯, 이향희, 최계영, 황선화, 박성진, 강성인, 김동순 등 경상남도 판소리의 계승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고 있다. 박봉술제 ‘수궁가’는 전통적인 동편제의 더늠(판소리 명창들이 자신의 장기를 부르는 대목)을 모두 간직한 것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음악인 ‘창’을 통해 별주부전의 고장, 사천을 널리 알리려고 만들어진 ‘사천시 수궁가 국가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인 김수연 명창은 “이윤옥 소리꾼은 타고난 목청을 가진데다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으로 다른 소리꾼들에게도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며 소리의 불모지인 경상도 그중에서도 사천에서 태어나 소리꾼의 길을 올바르게 걷고 있는 이윤옥 소리꾼을 대견하게 생각한다.
국가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 송순섭 명창은 “이윤옥 명창의 목청과 특유의 창법, 공력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다시금 삶의 활력과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고 말한다.
경상남도 무형문화제 제9호 판소리 (수궁가) 보존회 연구원에서 2014년 전수관 활성화 사업으로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지원받아 제작한 교재를 참고 해서 옮겨보았다.
판소리는 공연예술로 청중들을 웃기고 울리는 노래이다. 설명보다는 재미나 의미가 우러나오고 이야기의 흐름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며 쉽게각인 될 수 있다. 단순한 이야기로 핵심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살아나고 한편으로는 즐겁고 한편으로는 진지한 이야기를 표현한다. 이렇듯 소리와 흥이 있고 소소하게 질리지 않는 수궁가의 소리처럼 아름다움이 있는 사천시는 문화예술의 도시임에 틀림없다.
※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