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별

겨울이 오나 했는데, 요 며칠 날씨가 포근하다.
세상이 깨끗하다.
하늘도 깨끗하고 산과 들도 깨끗하다.

햇살 좋은 아침. 수업 꾸러미를 차에 싣고 수업 장소로 향한다.
하늘이 맑고, 햇살이 좋아서인지 눈이 부시다.

라디오에서 정미조의 ‘석별’이란 곡이 흘러나온다.
‘오늘은 우리 헤어지기 좋은 날.’
‘오늘 우리 헤어져도 괜찮을 것 같네.’
가사 말에 마음이 무겁고 눈가가 촉촉해진다.

오늘이 친구 아버지의 발인일이다.
사십년지기 친구 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어제는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다녀왔다. 모인 친구들
은 이제는 우리가 이렇게 만나는 날이 많다며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들을 나눈다.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친구의 표정에 내 마음이 무거운 것은 내게도 이 슬픈 일들이 언젠가
는 올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함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시골 작은 학교에 20여 명의 친구들이 함께했다.
부모님들도 어릴 적 선후배 사이가 많아 웬만한 소식과 사연들은 다 알고 지내는 동네였다.
가끔 뵈며 인사드린 친구 부모님도 계시고, 친구를 만나러 가면 인사도 하고 식사도 함께했던
부모님들도 계신다.
나의 어린 시절의 추억 속 등장인물들. 통곡을 하고 슬퍼하기도 뭣하고 그냥 있기엔 내 가슴
에서 떨려오는 움직임이 있고…
올해는 유난히 가까운 친구, 언니, 오빠, 지인분들의 부모님 부고 소식이 많다.
그래서 석별이란 곡이 더 내 마음을 부추긴다.
그래. 충분히 애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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