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산이 품고 있는 삼천포는 생명의 역동을 느끼게 하는 아담하고 예쁜 항구도시이다. 갯비린내를 가득 채운 항구는 뭔지 모를 힘을 가지고 있다.
바닷가에 사는데도 바다가 그리울 때, 삶이 고단할 때 그리고 나태함이 연속될 때 나는 가끔 수협 어판장에 방문한다.
바쁜 발걸음들, 가까운 근해, 혹 먼 바다의 생선들이 상자에 가득 채워진 것을 보면 나의 게으름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어판장은 삼천포 삶의 중심이 되어 경제의 책임을 한 부분 맡으므로 가끔은 버거워도 하지만 언제나 에너지가 빵빵한 곳이다
생선을 선별하는 아주머니들, 땀 흘리며 작업하는 선원들에게서 진한 용기를 얻는다.
그래서 에너지를 얻고자 방문하는 나만의 비밀장소이기도 하다.
이렇듯 바다가 침묵하지 않기 때문에 이곳은 에너지를 채우고 그러다가 이내 쓸려 내려가 비워짐으로 겸손을 배울 수 있는 학습의 장이 되고 회복의 곳이 될 수 있다.
나는 파랑을 좋아한다.
바다에는 다양한 파랑이 널브러져 있다.
엄마의 파랑. 아버지의 짙은 파랑, 친구들의 빛바랜 파랑, 기다림의 회색 파랑,
삶의 무게를 느낄 때 무거운 파랑
멀리서도 잘 보이는 청널 풍차 파랑, 신의 영역인 파랑이 하늘과 바다에 다 있고
신의 색깔이라는 파랑들이 우리를 채우고 있다.
한참 동안 이리저리 어슬렁거린다.
가슴 뛰는 속도가 빨라진다. 기분도 좋아진다.
뜨거운 열정이 갯비린내와 포개어져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할머니의 바께스에 담겨진 생선은 빛을 받아 갈 길을 재촉 하지만 여전히 앉아 계신다. 할머니도 힘겨워 에너지를 받으시는지, 먼바다에 고기잡이 간 아들을 기다리시는지 흰머리에 비녀를 꽂은 뒷모습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려져 한참을 바라본다.
엄마와 달리 허리 꼿꼿한 할머니의 백발과 뒷모습은 세월이요 한편의 비밀한 소설이 된다.
할머니의 빨간 파랑은 입체감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바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바닷가에 살아서 그런 것도 한몫하겠지만 어머니 품속 같은 편안함 때문이겠다.
친구가 여행을 간단다.
어디로?
나, 울러 가. 바다로.
아직도 그 소리가 메아리로 들린다.
나만의 비밀스런 에너지 충전소 ‘수협 어판장’은 파랑의 집결지.
※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을 내용으로 아주 소소한 부분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