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단상(斷想)_내가 좋아하는 그곳 ②
특별한 손님
글・사진 조영아
저어새 vs 노랑부리저어새
저어새는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얕은 물속에 넣고, 좌우로 ‘저으면서’ 먹이를 찾는 습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우연히 새를 관찰하고 계신 분을 만나 망원 카메라로 노랑부리저어새(그분은 그냥 ‘저어새’라 불렀으나, 나중에 사진에 찍힌 부리와 얼굴을 보니 ‘노랑부리저어새’였다. 둘 다 [황새목-저어새과-저어새속]이니, 넓게 보면 모두 다 저어새다.)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나무 주걱 같은 부리로 물을 젓고 있었다! 부리 모양을 한 번만 보면, 저어새 종류의 영어 이름이 ‘Spoonbill’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다. 저어새 종류는 세계적으로 6종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 2종이 관찰된다. 저어새는 눈부터 부리까지 모두 검은색이고, 노랑부리저어새는 눈 아래부터 부리로 이어지는 부분은 검은색이고 부리 끝이 살짝 노란색이라는 점이 다르다. 크기도 노랑부리저어새가 조금 큰데, 가까이서 보면 구분이 되겠지만 멀리서 보면 구분이 어렵다. 둘 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저어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노랑부리저어새는 2급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곳에, 특별한 손님이 오다
노랑부리저어새가 ‘내가 좋아하는 그곳’에 왔다! 용현 종포마을 입구, 한국농어촌공사 사천지사 신촌배수장 주변이, 바로 그곳이다. 일 년 전쯤 해거름에 산책하다가 석양에 비친 갈대의 반영과 겨울 철새의 유희에 반해서 종종 찾는 곳이다. 종포 수문을 통해 들어온 바닷물과 인근 개천에서 흘러온 담수가 만나는 자그마한 기수역(汽水域, 민물과 바닷물이 서로 섞이는 구역)으로, 물가에 잘 자란 갈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그 가운데 또는 그 사이에서, 겨울 철새들이 평화롭게 노니는 곳이다. 그곳에서 가끔 흰 새를 보기는 하였으나, 백로, 왜가리, 두루미 중에 하나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1월 중순쯤 그곳에서 노랑부리저어새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식했다. 멸종 위기종 노랑부리저어새가 나의 은밀한 장소에 손님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날 이후,
그날 이후, 마치 우리 집에 반가운 손님이 온 것 마냥 마음이 들떠서, 거의 매일 점심시간마다 녀석들을 보러 갔다. 점심은 차 안에서 대충 떼우고, 녀석들 보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어떨 때는 서너 마리, 어떨 때는 여덟아홉 마리가 있었다. 비 오는 날에는 종포 앞바다에 웅크리고 있었고, 만조 때는 보이지 않기도 했다. 한 2주쯤 지났을까? 그 녀석들이 아예 보이질 않는다! 며칠을 헛걸음질했다. 인근 광포만으로 갔을까? 아니면, 날씨가 따뜻해서 3월이 되기도 전에 겨우살이를 끝내고, 번식지인 유라시아대륙 중부, 인도, 아프리카 북부 지역으로 일찌감치 떠났을까? 어쩐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작별 인사도 못했는데……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녀석들이 철새인 것을! 아무 탈 없이 고향 동네 갔다가 새끼들 데리고 내년 이맘때 다시 오기를 바랄 수밖에.
※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 관련 정보는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참고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생각과 지식에 의존하여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