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이었다.
6세 여아인데 눈 깜빡거림의 횟수가 늘어나 상담을 받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 엄마의 목소리는 톤이 약간 높았으며, 긴장과 짜증이 묻어있었다. 상담 날짜와 시간을 조율해서 만난 그 날에 4세 여동생도 함께 동참했다. 동생이 있으면 사전검사 때 집중할 수 없기에 다른 선생님께서 동생을 돌봐 주신다는 설명까지 했다. 검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내 엄마야, 내 엄마야.”라는 동생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엄마는 동생을 곁에 두고 검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집중도가 떨어지며 내담자와 엄마가 함께하는 ‘협동화’는 진행할 수 없었다. 동생이 엄마를 잡고 떨어지지 않는 모습에 내담자는 엄마와의 거리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뒷걸음질 하는 것으로…
큰 그림이 그려졌다.
내담자는 운동 틱(눈 깜박거림)과 음성 틱(킁킁 내는 미세한 소리)이 겹치는 증상을 보여 줬다. 엄마와 동생과의 밀착이 깊을수록 내담자의 증상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엄마는 울고 있는 동생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울지 않는 내담자에게 ‘아토피 없는 넌 덜 힘드니 조금만 참자,’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담자의 뒷걸음질 하는 무겁고 아픈 발걸음 속에 참고 있던 눈물이 나에게 전달되어 눈시울이 뜨거웠다.
다행이었다.
증상이 나타난 지는 오래되지 않았고, 다니던 직장을 접고 엄마는 내담자와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엄마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았다. 엄마는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수첩에 빨간색 볼펜으로 적고 나를 돌아봤던 기억이 난다. 내담자의 빠른 치유는 역시 엄마의 힘이었다. 그 엄마는 승진할 기회를 앞에 두고 깊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 두는 큰 용기를 기꺼이 냈다. “그래서 엄마는 위대하구나.”라는 혼잣말을 나도 모르게 했던 것 같다. 가끔씩 생각나는 그 엄마의 표정! 첫 만남과 마지막 만남은 용기란 옷을 입기 전과 후로 나누고 싶다. 그건 우리 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용기라고.
신학기가 되면…
틱 장애에 관한 문의가 늘어나는데,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들 중 하나가 초등학교 입학 전 집중적으로 선행학습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직접적인 유발요인은 아니지만 악화요인으로 틱 증상이 증가할 수 있다. 그래서 틱 장애에 대한 간략한 내용을 적어 본다.
틱 장애(Tic Disorder)는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심리적 요인으로 아동기 학령기에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가끔 청소년이나 어른들도 스트레스가 악화요인이 되어 틱 장애로 갈 수 있다. 운동 틱(눈 깜빡거림, 코나 입술 등 얼굴 특정 부위 찡그림, 머리 흔듦, 어깨 들썩 임, 그 외 반복해서 똑같은 행동을 계속 함)과 음성 틱(킁킁거림, 가래와 침 뱉는 소리 냄, 기침소리 냄, 그 외 반복적인 이상한 단어와 욕설 함)으로 나눌 수 있다. 운동 틱과 음성 틱을 모두 경험하는 것을 뚜렛장애(Tourette’s Disorder)라고 한다. 특징으로는 7세에서 11세에 가장 많이 관찰되며 빠르면 만 2세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여아보다 남아에게 3배~4배 더 많이 나타나며 악화요인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하고 긴장하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 보호자의 심한 간섭과 피로 누적, 특히 혼자 있거나 자기 전에 심해지기도 한다.
틱 증상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타나며
주위 시선이 신경 쓰이고, 보호자의 잔소리도 싫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가 틱 장애를 보이기 시작한 초기에는 모르는 척 무관심하게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틱 증상 자체를 방치해서는 안 되지만 감시받는 느낌이 들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참고 싶어도 불안과 불편함이 해소되지 않아 반복하는 것이다. 일시적인 증상은 참을 순 있지만, 결국 틱을 실행해야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소아 틱 증상의 출발은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공감하며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틱장애 완치된다. 김성철 -지식과 감성- (2019)
*우리아이 틱장애. 위영만 -제이앤씨커뮤니티- (2009)
*틱장애. 조수철 -서울대학교출판부-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