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어김없이 정신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한잔 마신다.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고 자연스레 발길은 뒷 베란다로 간다. 아파트에 살다보면 베란다 풍경이 중요해지는데 우리집은 앞은 아파트 풍경이고 뒤가 산이다. 9층이라 산과 나름 눈높이가 맞다. 사계절 내내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겨울동안 눈이 오지 않는 사천에선 벚꽃이 만개한 뒷산은 흡사 눈이 쌓인듯하여 눈을 비비고 다시 본 적이 많다. 어린 아들에게 눈이 왔다고 이야기하면 곧잘 믿기도 했다. 사월의 눈이라고 생각하면 왠지 사천스러웠다. 봄철 분주한 산새 소리에 잠이 깨기도 하지만 은연중에 산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도대체 저기서 뭘 하고 있길래 저리 바쁘게 지저귀고, 많은 새들이 살만큼의 환경이 되어있는지 궁금해진다.
표지판이 세워진 곳을 보면 가파른 경사가 첫 눈에는 그리 올라가고 싶지 않게 생겼지만 50미터만 올라가면 다음부터는 완만한 산책길이다. 사천에서 쭉 살았던 친구가 얼마 전 같이 올라가면서 초등학교때 소풍왔던 기억이 있다고 그때 너무 힘들었던 기억에 다시는 안 올라와봤는데 생각보다 너무 수월하고 가깝고 아름답다고 했다. 어른의 걸음으론 정상까진 10분정도면 도착하는 그야말로 뒷산이다. 산이라고 하기엔 많이 멋쩍은 감이 있지만 이구산으로 연결되어서 걷다보면 아마 진짜 산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곳으로 이사오고 나서부터는 산이 있어 늘 감사하다. 아침, 저녁으로 집에서 안식을 찾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틈틈이 산책을 통해 건강도 챙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매번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고 즐거움이 있어 가장 감사하다. 정상은 체육공원으로 되어있어서 정자가 있어서 쉬어갈 수 있고 운동기구가 있어서 운동도 가능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그네다. 높다란 그네를 보면 가슴이 철렁, 과연 탈 수 있을까 싶지만 일단 타기 시작하면 발아래 안전한 산책로도 보이고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니 가슴의 답답함을 뚫어주는 기분이 든다.
봄이면 벚꽃이 흩날려서 눈이 온 듯한 느낌으로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날로의 꽃길을 마련해주고, 그 다음으로는 겹벚꽃이 풍성한 뒷산을 가득 채운다. 겹겹이 피어난 겹벚꽃이 정상을 뱅 둘러쳐져서 한 다발의 꽃산이 되어 설레임이 퐁퐁 피어난다. 신록이 짙어지고 가을이 오면 단풍과 은행이 색색이 물들어 눈이 즐거워진다. 겨울은 부스럭대는 낙엽 사이로 청솔모를 만나는 행운이 있다. 계절마다 변하는 뒷산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아름답다.
지금은 겹벚꽃이 지고 신록이 무성해지고 있어요. 새들도, 나비도 있고 곳곳에 찔레꽃도 피어나고 있답니다. 제가 이야기하지 않은 멋진 풍경을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