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 종포

대포

세상의 해지는 풍경은 슬프도록 찬란하고 황홀한 빛이다.
대포항의 일몰 앞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사천만을 물들이며 노랑, 주황, 주홍, 진분홍, 빨강, 파랑, 보라……
수십 가지의 색채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해지는 바다의 신비는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너무나 황홀해서 슬프다. 생겼다 사라지고, 피었다 지기에 아름답다.
대포항의 해지는 광경은 인간을 겸허하게 해 준다.
좀 더 뜨겁게 살라고 일깨워 준다.
오늘 하루 잘 살았느냐고 묻는다.

 

그리움이 물들면

그리움이 물들면

대포항 방파제 끝에 다다르면 여성의 옆모습이 실루엣처럼 가는 선으로 아름답게 형상화되어 있는 조각상이 바다를 향해 서 있다. 이 조각상의 이름은 ‘그리움이 물들면’이다.
한낮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모습과 노을이 질 무렵, 캄캄한 밤의 모습이 모두 다르게 보인다. 그 까닭은 자연을 배경 삼아 묘한 아름다움을 빚어내기 때문이다. 조각가의 놀라운 안목이다.

그리움! 마음을 저리게 하는 말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며 산다. 그것의 다른 이름은 갈망(渴望)이리라.
지상에 오기 이전인 까마득히 먼 어느 별이라든지, 깊이를 알 수 없는 저 바다를 향한 그리움일까?
하나로부터 떨어져 나간 그대와 나의 거리는 결코 닿을 수 없기에 아득한 그리움이다. 무지개처럼 영롱한 신기루이다. 그림자놀이이다.

 

종포 1

용현바다

비 내리는 바다를 보고 싶었다.
차창을 때리는 빗물 사이로 수직으로 낙하하는 빗줄기가 바다 위에 떨어진다.
종포에서 보이는 섬이 더욱 외로워지는 시간
저 멀리 중첩된 능선의 산허리에는 안개가 내려앉고 바다와 뭍을 잇는 긴 다리 아래로 희뿌연 바다는 뭍이 가까워질수록 제 속살을 드러내어 갯벌을 드러내고 있다.
갯벌에서는 살아서 꿈틀거리는 생명의 소리가 난다.
게, 바지락, 고둥, 갯지렁이 그리고 온갖 생명체들이 집을 찾아 돌아가는 시각.
나는 바다의 신비로움에 취해 길을 잃고 대포항까지 밀려 내려갔다,
하루의 일과를 갯벌에서 마치고 돌아오는 할머니의 손수레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미역, 고둥, 게가 담겨 있을까? 아니 할머니의 고단한 삶이 담겨 있겠지.
외로이 떠 있는 작은 배 한 척이 돌아 올 누군가를 오늘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종포 2

종포의 일몰

해질 무렵 종포에 가보라.
그리움, 허무감, 황홀함, 슬픔…….
복잡미묘한 인간의 감정이 뒤엉켜서 갯벌처럼 꿈틀댄다.
종포는 끄트머리 갯가이다.
갯벌 위에 선 솟대는 저 먼 바다를 향하고,
꺼멓게 어둠에 묻혀가는 갯벌 위에
하늘과 바다를 물들이는 노을빛은 황홀하면서도 애잔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 서 본 사람은 안다.
뛰어 내리거나 다시 돌아서야 한다는 것을.
모든 것이 고요 속으로 돌아가는 시각,
한 줄기 차가운 바람이 볼을 쓰다듬고 지나간다.
희망 한 줌 호주머니 속에 넣고 집으로 향한다.

 

Previous article
Next article

다른 글 읽기

최근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