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딸

나이가 몇 살이냐 물으면 마음의 나이는 늘 서른 두 살, 서른 세 살이다.

1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2023년 지금도 내 나이는 이 무렵에 머물러 있다.

이 이후부터 내 나이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배우고 시작한 때가 서른둘, 서른 세 살이었다. 생각을 끼워 맞춰 보면은 그때의 내가 힘들기도 했고, 열정 가득하기도 했고, 많이 행복했던 때였던 것 같다.

그 무렵 다섯 살, 두 살이던 아이들이 고등학생, 중학생이 되었다.

그러니 내가 늙지 안늙겠냐는 어른들의 말들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큰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어 기숙사엘 들어갔다.

집과는 차로 5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지만 아이와 이렇게 떨어져 지내는 것이 처음이라 첫날부터 마음이 편칠 않았다. 아이에게서 언제 연락이 올까 전화기만 만지작거렸다. 아이는 잘 생활하고 적응해 나가는데 엄마인 내가 더 힘들어 한다.

얼마 전 TV에서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나와서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아이를 우리 부부에게 온 귀한 손님처럼 여겨라. 아이가 귀한 손님인 듯 선택하게 하고 귀하게 대하라. 그리고 떠날 사람이다. 올 때 정말 귀하게 왔으니 떠날 때는 잘 보내주어라.

곧 내게도 그날이 찾아오겠구나. 어쩌면 이미 왔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헛헛했다.

 

요즘 조금씩 변하는 일상에서 엄마 생각이 자주 난다.

‘ 엄마, 밥 묵었나?’

‘ 우리 공주가~’

마흔 중반을 달리고 있는 딸은 아직도 공주다.

예전엔 그냥 흘러 들었던 말들이 이제는 마음 깊이 새겨 듣게 된다.

‘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라.’는 엄마의 말씀은 악담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 말씀은 적중하였고 마흔 중반이 된 요즘 반성하고 부모님 사랑을 알아가는 중이다.

살갑지 못하고 짜증 섞인 말들과 행동들로 울 엄마는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딸이 아침 먹기 싫다며 그냥 나가 버리니 고기, 야채 잘게 다져다가 전으로 구워 케첩 뿌려 한 장씩 먹여 보내시던 그 수고를 이제야 알게 된다. 아침에 계란후라이, 주먹밥도 겨우 일어나 챙겨 주는 나를 보면서 말이다.

전화상으로 늘 같은 말씀을 하신다.

아이들 골고루 잘 챙겨 먹이고 나도 홍서방도 잘 챙겨 먹으라는 말씀들. 왜 매번 같은 말씀을 하실까 했는데 이제는 내가 아이에게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아이는 조금 듣기 싫어하는 눈치다. 꼭 나 같다. 그걸 알면서도 딸의 눈치를 보면서 하고 있다.

그렇다. 나는 늘 내가 경험을 해보고 알아간다.

이건 사랑이다. 지금 나는 사랑을 알아가는 중이다.

40년이 지나서야 엄마의 사랑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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