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녀갔다. 그리고 가을이 온다.
공기가 까슬하고 얼굴이 조금씩 땅긴다.
‘아! 로션에 보습을 좀 더 줘야겠구나.’
천연비누.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나는 그렇게 가을이 왔음을 알아차린다.
어느덧, 이 일을 시작한 지 십 년이 되었다.
2012년 문화센터 강사를 시작으로 지금은 작은 천연 아로마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조금의 변화를 주고 싶어, 꽃 냉장고를 들여 공방과 꽃집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공방 수업보다는 외부 수업이 조금 더 있는 편이라 거의 차로 이동한다. 이동하는 그 시간은 오롯이, 일하면서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보너스 시간이다.
아껴둔 CD를 꺼내어 듣기도 하고, 30년이 된 낡은 테이프를 꺼내어 추억하기도 한다. 가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감동의 곡들에 로또 맞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일을 마무리하고 석양 아래를 달리며 듣는 음악은 나의 피로 회복제고 충전제다.
이런 아날로그 감성도 연식이 오래된 나의 자동차 덕이 아닐까? 조금 불편하고 낡아 가는 것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이미 나와 한 몸이 되어 버린 깜둥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나와 함께 달릴 수 있을까?
수업하면서 만나게 되는 분들은 다양하다.
어린아이부터 중. 고등학생, 성인, 노인, 장애인.. 수업 내용은 같지만, 그분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얘기하다 보면 어렵고 힘든 부분은 없다. 오히려 그들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얼마 전 사천시 행복교육지구 마을학교 수업 때 일이다. 생육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식물들을 아이들이 취향대로 고르고 꾸며서 심어가는 수업이었다.
아이들이 흙을 담고 식물을 조심스럽게 심어 준다. 돌멩이에 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하며 이름도 적어준다. 나는 아이들에게 경험담을 얘기해 주었다.
식물에 관심을 주고 사랑을 줄 때는 잘 자랐는데, 관심이 줄고 예뻐하지 않는 마음이 생겨나니 식물들이 시들해지기 시작하였다고.

아이들이 각자 꾸미기에 바빠 얘기를 잘 들었을까? 했는데 한 아이가 화분에 적어둔 글귀에 멈춰 서게 된다.
‘사랑을 듬뿍 주세요.’
마음이 찡해진다.
평소에도 말과 행동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인데, 앞으로 이 식물에 줄 아이의 관심과 사랑이 얼만큼일지 안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엄마는 이런 식물을 정말 잘 키워요.’
‘이 식물은 제 동생이에요. 이름은 자루에요.’
각자의 스토리가 있고 바람이 있다.
아이들의 예쁜 마음에 내 마음도 덩달아 고와지는 듯하다.
언제나 그렇듯 만나는 이들을 통해서, 경험을 통해서 삶을 알아가고 배워 간다.
그런 나를 발견하게 되는 삶이 재미가 있다.
오늘은 또 어떤 분들이,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나의 덩치와 반비례하는 수업 꾸러미를 챙겨 오늘도 나는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