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한 숟갈 추억 두 그릇 – 꽁당보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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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한 숟갈 추억 두 그릇 – 꽁당보리밥

얕아지는 초여름 입맛 살리는 보리밥 한 그릇
나른한 초여름, 얕아지는 입맛에 허기도 서두른다. 보리밥이 당긴다. 묵은 골목 어귀 구수한 내음이 먼저 나와 반긴다.
노포보다 더 숙성된 주인은 뚝딱뚝딱 보리밥 한 상 차려낸다. 짭조름하게 무친 갖은 나물에 갓 끓여 낸 된장찌개 한숟갈 머금은 보리밥은 탱글탱글한 자태를 뽐내며 시뻘건 고추장으로 한바탕 회를 친다. 쌀과 뒤엉킨 보리 사이로 부지런히 자맥질하는 수저는 징과 장구 소리 우려내며 보리밥 한 상 들고 유년의 들판으로 달려간다.

 

고향을 키워 낸 8할의 보리밥
겨울을 이겨낸 보리밭엔 조무래기들의 보리밟기가 성행했다. 누런 보리가 하늘보다 많았던 동리엔 보리밭 태우는 연기가 전쟁터처럼 숙연했다. 집집마다 보리가 쌓이고 허기진 마을은 그제서야 기력을 얻었다. 학교에선 도시락 보리 혼합률 검사가 압수수색처럼 엄했고 부엌 채반위에는 늘 삶은 보리밥이 바람을 머금으며 탱글하게 부풀어 올라 쌀밥의 빈자리를 메워 주었다.
보리밥도 귀해서 굶는 일이 허다했고 쌀 한 톨 없는 꽁당 보리밥을 먹는일도 많았는데 그때마다 두엄같은 방귀가 쏟아져 배고팠던 동네가 밤새 무럭무럭 자랐다. 고향의 8할은 보리밥이 키웠다.

 

원기소 같았던 추억의 보약 보리밥
가난의 상징이었던 보리밥이 이제는 웰빙 음식으로 인기다. 소화가 잘 되어 장 건강과 변비개선에 으뜸이고 노화 억제와 피부 미용은 물론 혈관에도 좋다고 하나 만병통치약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그리움을 비벼 추억을 차려내는 고향의 밥상으로 원기소 같은 명약이 아닐 수 없다. 허기도 추억도 두둑이 채워낸 보리밥 한 그릇. 주름진 세월들이 줄줄이 들어선다. 다시 분주해진 보리밥집엔 까까머리 옛 동무들이 한 양푼 가득 재잘대며 비벼지고 있었다. 군침이 또 돈다.

 

[정보] 우리동네 보리밥 구수한 맛집
* 원조숲뫼보리밥 : 사천시 동금2길 20-8
* 숲뫼식당 : 사천시 신항로 95
* 보리밥의 추억 : 사천시 숲뫼1길 48
* 시골여행 : 사천시 백천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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