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지만 몰랐던 아름다운 섬, 신수도

글 ‧ 사진 김도숙

 

5월의 햇살이 눈부신 날, 봄길 따라 다다른 곳, 청널공원 아래 도선 선착장에서 낮 12시 신수도행 배를 탔다. 노산공원에서 바라다 보이는 길고 아담한 섬 신수도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늘 그리운 섬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신수도에서 날마다 배를 타고 등‧하교하던 친구가 있었다. 눈으로 보면 지척에 있는 곳이건만 바다가 가로막혀 배를 타지 않으면 건널 수 없는 곳이기에 쉽게 가 보지 못했던 곳이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신수도를 신두섬이라고 불렀다. 용모양의 와룡산 용두가 물속에서 솟아올라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다.

오늘은 그 섬에 가보려고 한다.

차와 사람을 실은 도선이 천천히 미끄러지듯 물살을 가르고 삼천포항을 떠난다. 청널공원의 풍차와 하얀 등대가 도선을 배웅하였다.

 

​삼천포 앞바다에 올망졸망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하나, 둘씩 지나가며 말을 건네 왔다. ‘코섬’, ‘초양도’, ‘늑도’ 를 지나 ‘장구섬’이 바다 한가운데서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배는 10여 분을 지나자 어느새 신수도에 도착하였다. 빨간 등대, 하얀 등대와 언덕배기의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가 보았던 그리스 산토리니도 이런 언덕배기에 하얗고 푸른 색감으로 칠한 집들로 섬을 세계적인 명승지로 만들었을 뿐, 자연경관은 이곳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신수도

​배에서 내리니 이곳이 한려해상국립공원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에 걸맞게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천혜의 자연경관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산과 마을이 과연 명품 섬(2010년 행정안전부 한국의 아름다운 섬 TOP 10)답다.

 

신수도의 아름다운 물빛

신수도 물빛 또한 비취색으로 곱고 짙은 옥빛으로 아름답다. 마치 숨겨져 있는 보물섬을 찾은 듯 반갑고 기뻤다. 신수도 복합문화터미널 부근에는 삼천포초등학교 신수 분교가 예쁜 색으로 칠해져 있어 눈길을 끈다. 안타깝게 이 분교도 2023년 2월,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하고 문을 닫았다.

하지만, 신수도는 어느새 문화가 있는 섬으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사천과 삼천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편들이 방파제를 따라 쭉 걸려 있고, 곳곳에 신수도를 노래한 시화들이 붙어 있어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삼천포 출신으로 이곳에서 주민들과 학생들을 가르치신 우보 박남조 선생의 시비도 새겨져 있었다

 

시가 있는 섬
신수도관광안내판

신수도 관광안내도 따라 해안길을 걸어 보았다. 작은 논골, 큰 논골, 샘미널, 에배미, 노랑널, 모시바꿈, 염식개, 애린장개, 목넘, 바늘치, 추섬, 후릿개 등 순우리말을 살려 쓴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안내판을 보며 신수도가 정이 가는 섬마을이라는 걸 느꼈다.

잘 익은 봄볕에 고사리를 말리는 할머니의 손길도 만났다. 바다의 연꽃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해연로’를 따라 걸어 보았다. 이곳에 오토캠핑장이 생겨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듯하다.

 

해안로 따라

알록달록 원색으로 칠해진 집들도 정겹게 다가온다. 예쁘게 칠해진 집 앞 의자에 앉아 계시는 흰머리가 고운 할머니를 만나 잠시 신수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타지로 떠나 100여 가구에 실거주자 수는 120여 명 된다고 하신다.

 

알록달록 그려진 벽화

바람결 따라 어디선가 자그락거리는 몽돌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언덕길에 올랐다. 언덕에 올라 본 신수도 앞바다는 어디를 보아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산 중턱에 깃발이 꽂혀 있고, 그 옆에 허물어져 가는 오래된 두 구의 무덤이 보인다.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이 섬을 지켜온 조선 오위도총부 용양위 부대 박응철 장군 부부의 묘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이 섬을 지킨 선조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뜻있는 사람들이 깃대를 꽂아 놓았다. 언덕길을 오르며 숨이 가팠을 누군가를 위해 잠시 쉬어 가라고 의자도 놓여 있다. 누군가의 봉사와 배려가 이 사회를 지탱해 가는 힘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몽돌해변

바다를 만나고, 숲을 만나는 신수도 둘레길은 아름다워 참으로 걷기 좋은 길이었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과 푸른 하늘이 잊혀져 가는 옛날을 잠시 소환하였다. 어린 시절 보았던 돌담길, 정박해 있는 배마저도 평화로워 보이는 포구이다.

 

아직 남아 있는 돌담길

신수도는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못지않게 아름다운 천혜의 경관을 지니고 있었다. 나머지는 예쁜 집들이 이 섬을 더욱 아름다운 명소로 만들어 줄 것이다. 관광사업을 유치하여 사람들이 들끓는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펜션 같은 예쁜 집들이 들어 서 휴식하며 머무를 수 있도록 사천시에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신수도를 뒤로하고 다시 뭍으로 돌아가는 배를 탔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배는 천천히 삼천포 항구로 돌아간다. 저만치 노산공원과 목섬이 보인다. 누구라도 반할 예쁜 섬, 신수도를 머잖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이 섬을 찾으면 누구나 그 아름다움에 반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섬 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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