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 한창 유행이다.
티비를 잘 보지 않기도 하지만 몰두하는 것에 열정이 식은 요즘은 그냥 남들이 해주는 이야기로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어느 자리에서도 이야기에 끼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엄청나게 회자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다들 드라마 이야기도 하지만 “나 때는 말이야~”라고 시작하면서 어린 시절 놀았던 이야기를 덧붙이게 된다.
나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전라북도 순창군 풍산면 유정리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옛날 사람같은 느낌이 드는데 나는 집에서 태어났다. 논일이 한창 바쁜 6월 초였다. 새참을 만들러 가신 엄마가 하도 오지 않아 할머니가 집으로 가봤더니, 나를 혼자 낳으시고 미역국을 끓여 드시고 계셨단다. 1남5녀를 낳으셨으니 엄마도 나름 출산 전문가가 되신 것이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한 명의 오빠와 네 명의 언니가 있었고, 동네에는 친구들이 많았다. 농촌이라 어른들이 논과 밭으로 일을 나가시면 아이들은 일손을 돕기도 했지만 대부분 자연스럽게 뭉쳐서 같이 놀았다. 주택으로 이뤄진 마을은 집만 벗어나면 공동의 놀이터였다. 먼저 골목에 나온 친구들이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찾아 동네 한바퀴를 하는 것이 모임의 시작이다. 낮은 담벼락에 붙어 참석 여부를 확인하며 그날그날 놀이를 진행하였다.
당산에 가서 나무타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술래잡기, 땅따먹기는 기본이었고, 뒷산으로 가서 아지트 만들기, 칡캐기, 산계곡에 사는 가재잡기, 밤줍기 등 자연과 함께 놀았다. 골목에서는 바닥에 강산을 그려놓고 놀았다. 지금의 오징어게임 같은 것인데, 우리 동네에서는 오징어강산, 해바라기강산 등 땅바닥에 그려놓고 하는 게임은 강산이라고 말했다. 이런 게임은 편을 나눠야 되는데 미취학아동은 ‘빵학년’이라고 해서 깍두기도 시켜주고, 존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특혜도 있었다. 클수록 유리한 놀이에서 어린 동생들이 기죽지 않고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언니,오빠들이었다. 놀이의 재미도 있지만 역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그런 정다운 시끄러움과 따뜻한 배려들이 생각이 난다.
그래서 요즘 게임을 하면서 죽고 사는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안타깝다.
아이들과 함께 놀 골목길도 친구들도 보기 힘든 요즘, 코로나까지 겹쳐 더 고립되고 개인화되는 생활을 지켜보자면 어린 시절을 즐겁게 회상하는 어른들의 책임이 크구나 싶다. 무엇을 함께하며 존중받고 배려받는 기억들을 만들어줄까.
찬 바람이 부는 텃밭에는 이제 배추가 자라고 있다.

텃밭이라고 하기에도 여전히 부끄러운 규모의 농작물을 심고 관리하지만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좋다. 아이들은 종종 따라나서서 흙 파기도 하고 풀이나 곤충을 관찰하면서 자연 속 놀이터가 되었다. 농작물들이 자라듯 아이들도 늘 관심을 갖고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된다.
어디 꽃만 예쁘고, 어디 체험장만이 놀이터이겠는가.
나의 공유텃밭에는 무궁화꽃 대신 배추꽃이 피었고 돌아섰다 다시 쳐다보면 쑥쑥 자라나 있다.
작은 배추 모종을 심어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도 감탄한다. 물을 주고 흙을 더 덮어주고 묶어주면서 배추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 아이들과 ‘성장’이라는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