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아내다

  1. 아침부터 비가 많이도 내린다.

센 빗줄기에도 노오란 낙엽은 잘도 붙어있다. 입동을 며칠 앞둔 이 비는 마지막 가을비가 되겠지. 그렇게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쳐다보다 차에서 내렸다.

초등학교에서 비누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짐을 챙겨 학교로 향한다.

다른 수업에 비해 비누 수업은 짐들이 조금은 벅차다. 비누를 녹이는 열도구며 비누 몰드, 비누 베이스 무게까지 합하면 10kg은 족히 들고 움직이는 듯하다. 이날은 우산까지 들어야 하니 바람과 함께 쏟아지는 비가 조금은 야속하다.

‘가을비야. 좀 보슬보슬 내려주시지…’

혼잣말을 하며 짜박짜박 걸었다.

장미

무거운 짐을 들고 지나는데도 화단에 핀 장미가 발걸음을 멈춰 서게 한다.

은은한 빛깔의 얼굴이 큰 장미가 비에 젖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꽃가지가 부러지지는 않을까? 걱정스런 마음으로 꽃을 살핀다.

걷다가 멈춰 서서 휴대폰으로 꽃을 담고, 하늘을 담고, 고양이를 담는다. 그 예쁨에 혼자 감동하고 감탄한다. 익숙한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을 그냥 지나치질 않는다.

몸을 낮추고 자세히 들여다본다. 작은 꽃들과 사물들이 나의 눈과 마음에 집중된다. 몸의 긴장을 빼주고, 나를 겸손하게 하고, 급한 것 없다고 얘기하는듯하다.

무심히 지나쳐서 볼수 없는 모습들은, 휴대폰으로 담으면서 만날수 있게 된다. 워낙 작은 꽃들은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예쁨을 발견 할수 있다. 꽃잎이 몇장이고 잎모양은 어떠하고… 어떤날은 들꽃과 하늘에도 표정이 있는듯하다.

문득, 사람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눈을 마주 하고 몇마디 건네다 보면 처음엔 보이지 않던 상대의 인간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나의 일상은 세상을 자세히 볼 수 있게 하고, 멈추어 여유를 가질수 있게 해준다. 참 유익한 나의 놀이 도구이다.

<어릴적 아이가 만들어준 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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