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사천강이 흘러요 ~
사천강은 경상남도 고성군 상리면 동산리에서 시작하여 사천읍을 관통해 남해로 흐르는 28km의 지방하천이다.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강 주변으로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어 시민들이 즐겨 산책하고 운동하는 곳으로 사천시민이면 누구나 강의 생태와 주변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천강은 폭이 작은 강이긴 하지만 발원지인 고성 상리부터 굽이굽이 사천 곳곳에 그 물길을 내주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 지역을 길게 관통하고 있다. 사계절 내내 새들이 노닐고 강 주변 수생식물 사이사이 물고기들이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는 건강한 강이다. 사람들이 오가며 생태계를 관찰하기 쉽고 아이들과 자연이 서로 교감을 하기 딱 좋은 곳이다.
사천강에 좋지 않은 과도한 하천정비사업
주거지와 농경지가 가깝기 때문인지 사천강은 2000년도 초반부터 현재까지 정비 사업 중이다. 그런데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강 주변의 생태계와 어류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다. 실제로 민원 접수가 여러 번 있었다. 포크레인으로 하천 바닥을 퍼 올리는 작업 중인데 그 옆에 물고기들이 다 죽어간다고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한 시민도 있었고, 하류 쪽 갈대를 다 헤집어 놔 그 속에 살고 있던 애들 다 죽는다고 신고를 하신 분도 있었다.
현장에 나가보면 어김없이 중장비가 강바닥을 다 뒤집어 놓고 있는 중이었다. 거세게 항의를 한 끝에 공사를 중단하고 고기가 숨 쉴 수 있게 물길을 터 준 적도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또 어떤 파괴 행위가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물론 하천정비 사업은 폭우 시 하천의 범람이나 토사유실로 인근 농경지가 침수되거나 주거지가 위협받는 것을 예방하는 순기능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정비 사업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수 생태계를 한순간에 파괴하기도 한다. 결국 아무것도 살 수 없는 곳이 될까 걱정스럽다

사천강을 지키고 싶어요 – 시민모니터링
그래서 사천남해하동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사천강 하천습지 모니터링 및 정화활동을 람사르환경재단의 지원을 받아 실시하고 있다. 사천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시민 스스로 보호와 감시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시민모니터단을 구성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세 번의 모니터링이 진행되었다.

사천강 하류 – 기수갈고둥이 살아요
첫 번째 모니터링은 사천강 하류 용당 2리 카이 2공장 앞에서 진행했다. 그곳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으로 멸종 위기 2급인 기수갈고둥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겨울이면 많은 새들이 찾아와 먹이활동을 하는 곳으로 도감에서만 보던 희귀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전에 비해 공단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많이 줄어 그런지 기수갈고둥의 서식 개체가 많이 늘었다. 해마다 서식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있어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항공산단 조성 공사가 진행중이라 앞으로 서식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곳이다.



사천강 중류 – 납작 납작 납자루가 살아요
두 번째 모니터링은 사천강 중류 예수리 오인숲 앞에서다. 오인숲은 작지만 사천의 아름다운 명물 숲 중 하나이다. 예수마을회관 앞까지 쓰레기를 줍는 정화활동 중 인근 논 습지에서 멸종 위기종이었다가 최근 해제된 긴꼬리투구새우를 발견했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관찰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환경생태 감수성이라는 것이 이렇게 길러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리 앞 하천은 조그만 보가 있어 민물고기를 관찰하기 딱 좋은 곳이다. 그물과 투망으로 고기를 포획해 수조에 넣어 관찰했다. 이곳에서는 종개 종류, 농어목 꺽지 과의 꺽지, 잉어 과의 갈겨니, 피라미, 납자루 등이 발견되었다. 주로 물이 맑고 자갈이 많은 곳에 사는 종들이다. 사천강이 건강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천강 상류 – 얼룩덜룩 무늬가 예쁜 남방종개가 살아요
세 번째 모니터링은 사천강 중상류인 가곡마을 입구 신월교 아래에서 진행되었다. 이곳은 고성과 경계인 곳으로 무려 만 톤이 넘는 폐기물을 무단으로 방치해 놓아 문제가 됐던 곳이다. 폐기물에서 발생한 침출수가 강으로 흘러들어 갈 것을 우려해 사천남해하동 환경운동연합에서 고성군과 사천시에 문제 제기를 했고 현재 모두 처리된 상태다. 신월교 아래 하천에서는 어린 토종붕어, 갈겨니, 남방종개, 돌고기 등이 관찰되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치어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하천 주변으로 환삼덩굴, 고마리, 도깨비바늘, 익모초, 고들빼기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먹이활동 중인 중대백로 두 마리와 왜가리, 해오라기 한 마리가 관찰되었다.
시민 모니터링은 계속 된다
이제 두 번의 모니터링이 남아 있다.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면 자료를 모아 사천강의 생태 지도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시민 모니터링이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내가 사는 주변을 관찰하는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애정을 가지고 진심으로 보호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세대가 신나게 뛰어놀고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민 모니터링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사진제공 사천남해하동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