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과 배려가 주는 힘

최근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에게 고된 업무와 지시와 군대식 인사 관리 등 직장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서울대학교가……’
(서울=뉴시스.2021.07.07)

‘참, 심하네. 지난 번엔 아파트 입주민들이 고된 업무에 시달린 경비원에게 갑질을 하더니.’여기저기서 한숨 섞인 반복된 말들이 들린다. 나도 같은 생각이라 함께 배를 타고 가는 아군처럼 한몫 거들었다. TV뉴스에서 듣고 인터넷으로 읽은 사건들은 쉽게 얻은 수동적 방법 같았다. 그러면 나의 능동적 방법은 어떤 것일까? 그렇다! 내가 사는 아파트 청소노동자(자칭 미화원이라 부름)들의 업무에 관심을 갖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아파트 안에서의 나의 무심한 발걸음은 눈과 귀와 마음까지 움직이게 하였다.

출근 길 제일 먼저 만난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미화원아주머니는 엘리베이터 안 모서리에 청소도구함을 미안한 듯 걸쳐 놓으셨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빠른 목소리로 먼저 아침 인사를 건네신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나도 바빠짐을 느낀다. 15층부터 한층 씩 내려갈 때마다 그 층에 내려서 분주한 손놀림은 더 바쁘셨다. 가까이 다가 갈 수도, 말을 건 낼 수도 없었다.

이렇게 그녀와의 대화는 짧디짧은 아침 인사가 전부였다. 아침에 잠깐 주 1~2회 정도 만나는 그녀에 대한 관심은 항상 늘 바쁘신 것 같다는 핑계로 접어 버렸다.

그 일이 있은 뒤 다음 날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아닌 화단과 재활용 장소 앞 뒤, 도보 길과 인도 길에서 휴지를 주우며 다니시는 미화원아저씨를 보게 되었다. 그녀와는 조금 다른 약간의 여유가 느껴져 나는 빠른 걸음을 재촉하여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드렸다. 푹 눌려 쓰신 검정색 모자 창이 들리며 웨이브가 있는 머리카락이 귀 밑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저, 조금 전부터 보고 있었는데 실례가 되지 않으시면 몇 가지 여쭤보아도 되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시며 나의 첫 질문을 들으시고 먼저 그늘을 가리키셨다. 그 곳으로 이동한 자리가 햇살을 막아 주어 그 분의 세심한 마음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더 큰 배려는 곧 점심시간임을 알려 주시며 편안한 마음으로 질문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신 것이다.

그늘로 자리를 옮긴 후 손에서 내려놓으신 그녀와 다른 청소도구함. 눈에 제일 먼저 띈 것은 빨간색 노끈타래였다. 재활용품을 큰 투명비닐에 담아 입구 묶는 것에 사용 하실 거란 확신을 했다.

저 빨간색 노끈과 큰 쓰레받기에서 늘 바쁘신 모습들이 먼저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과한 업무가 누적되어 과로사 원인의 대부분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이런 나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물론 육체적 고통도 힘들다고 하셨지만 제일 큰 아픔은 입주민을 비롯한 관리사무소 직원까지도 하찮은 인간으로 취급한다는 것이었다. 힘이 들어가고 반복하시는 말투에서 억울함과 분노가 느껴졌다. 다음으로 느끼는 힘듦도 토로하셨다. 직원들의 소리를 수렴하여 반장으로서 의견을 낼 때도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 들으려 하지 않고 무조건 반복된 지시와 무시하는 말들로 인해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고 기운이 빠진다고 하셨다.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려면 인간관계, 소통이 중요하고, 일이 하고 싶은 일터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도 덧붙여 주셨다. 마치 ‘인간관계와 일’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와”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 또한 의욕을 달아나게 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지하 3층 조그만 공간에서 밥 먹고 쉰다는 것이다. 흠뻑 젖은 작업복을 씻어 지하에 말려 놓으면 다음 날 마르지도 않은 것을 다시 입어야 하는 고통. 당연히 몸을 움직이는 일이니 각오는 하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와 위로가 큰 힘이 된다고 말꼬리를 흐리셨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얘기 도중 간간히 하셨다. 도움을 받으러 갔다 너무 많은 감사의 말을 들은 것 같아 오히려 죄송스러웠다.

차분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식사 전.후를 이용해 끝까지 적극적인 답변을 해 주셨다.

우리가 깨끗한 아파트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오늘 만남에서 보여 주신 따뜻함과 깊은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쓰레기장과 재활용 하는 여러 곳을 둘러보며 생각들이 많아졌다. 쓰레기와 재활용품 배출할 때 우리들이 조금의 따듯함과 배려를 가진다면 쓰레기도 줄고 재활용품 정리도 쉬워질 것 같다. 그래서 이 무더위에 힘들어도 좀 더 쉽고 즐겁게 일을 하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그 분의 미소를 떠 올려 본다.

 

다른 글 읽기

최근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