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관심있는 책을 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꽃들도 어떤 화분을 만나 심기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몇해 전, 마음에 드는 장미를 구입하여 그 분위기에 맞는 토분에다 옮겨 심었다.‘내가 참 예쁜 옷을 입혀줬구나.’볼 때마다 예뻐서 혼자 감탄했다.
이 꽃들이 자꾸 보고 싶어서인지, 들어오는 손님을 잘 보기 위함인지… 나는 늘 밖을 보면서 작업을 한다. 하긴 공방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참 멋지기도 하다.
2년 전 그날은 다음날 잡혀진 일 때문에 늦게까지 공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12월 초여서인지 조금은 쌀쌀한 밤이었다. 한 여자분이 공방을 지나시더니 다시 몸을 돌려 공방 문을 여신다. 들어오시지도 않고
문앞에서 “쓸 데없지만 꼭 얘기하고 싶다.” 하신다. 순간 나는 조금 당황했다.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것이 있나? 다행히도 그분은 앞에 꽃들이 너무 예뿌다고 하셨다.
요가하러 매번 이 길을 지나시는데, 처음에는 꽃이 참 예뿌다가 이 꽃의 주인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셨단다. 그러면서 본인이 오지랖이 넓다 하셨다. 평소 나도 예뻐라 하던 꽃이라 그분과 나의 취향이나 마음이 통했구나 했다.
‘요렇게 기분 좋은 오지랖은 너무 좋은데요. 하하하’
서로 기분 좋게 웃으면서 대화는 끝이났다. 그날의 짧았던 일들은 내게 좋은 에너지가 되어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다. 한번씩 떠올리면 미소짓게 만드는 기분 좋은 이야기다.
그 장미는… 작년에는 꽃봉우리 수가 조금 작더니 올해는 꽃을 보여 주지 않는다. 나의 관심과 사랑이 부족한건가? 관심이란 것이 너무 과해도, 너무 적어도 안되더라. 어쩌면 사람에게도 꽃에게도 적당함이란 것이 필요한 것 같다.
2주 전 한 여자분이 문을 열고 인사를 하신다.
예전에 꽃이 예뿌다고 얘기 한적이 있다고… 나는 단번에 그분임을 알 수가 있었다. 요즘 예쁜 꽃이 더 많이 보인다 하시며 그렇게 또 짧고 기분좋은 얘기를 해주신다.
2년 전 그날도 …2주 전 그날도…그분이 말씀하신 오지랖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분의 말씀은 절대 쓸데 없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누구나가 꼭 듣고 싶고, 꼭 필요한 기분 좋은 오지랖이다. 그분의 기분 좋은 오지랖은 나와 꽃에 대한 관심이고 칭찬이고 애정이었다. 나는 그렇게 이해하고 싶다.
그러고 그분과의 세 번째 만남은
길을 지나시며 안을 한번 봐주시는 그분과
작업을 하다 밖을 한번 봐주는 나
우린 그렇게 웃으면서 눈인사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