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햇살이 따뜻하고 포근하다.
엊그제는 개구리들도 쉼 없이 울어댔다.
주변을 걸으니 얼었던 흙들이 녹아 팥고물을 밟고 다니는 것 같다.
그렇게 곳곳에서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겨울과 봄의 중간에 이사하였다.
이사를 한 지 2주가 지나고 있다.

2007년 결혼을 하고 2년 후 이사를 한 곳이 바로 코앞 옆 동이었다.
그곳은 앞에 살던 곳보다 해도 잘 들어오고, 큰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많이 사는 동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집을 보고 오는 길, 집 앞에 줄줄이 놓여진 유모차들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곳에 살면서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두 아이가 잘 자라주었다.
남편은 두 번의 진급을 하였고, 나는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였다.
우리 가족에게는 참으로 든든하고 고마운 집이다.

 

넓게 만들어진 베란다 화단에 돌과 흙을 채워 아이들이 집안에서도 흙을 만질 수 있도록 꽃도 심고 작은 연못을 만들어 금붕어도 키웠다. 아이들이 좋아하던 공벌레도 키우고, 한번은 메뚜기도 잡아다가 놓아두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보다 엄마인 내가 더 신이 났던 것 같다.

몇 번 이사를 생각한 적이 있었으나 늘 제자리였다. 말처럼 제 자리라 그런지 이사를 생각하면 막연히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이사하려는 마음을 접으면 다시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는 따뜻한 이 집이 나를 붙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커가고 짐이 늘어 갈수록 조금씩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가족 모두가 이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집을 알아보았다. 그렇게 결정한 곳이 또 바로 옆 동이다.

이사 들어갈 곳 주인분이 집 자랑을 하신다. 이곳으로 와서 기다리던 임신도 하셨고 하시는 사업도 잘 되셨다고, 앞에 사시던 분들도 그렇게 잘 되셨다고.

사람 마음이란 것이 그런 얘기에 집이 더 편안하다. 이 집도 앞 전의 집처럼 우리를 편안히 잘 보듬어 주겠구나 싶다.

이사를 하고 며칠을 습관적으로 예전에 살던 집을 바라보았다.
따뜻한 해가 잘 들어오고 낮은 산을 바라보고 있는 집.
내게, 우리 가족에게 참 고마웠던 집.
어쩌면 이 집이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막연한 나의 불안으로 내가 너를 붙잡고 못 놓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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