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빗소리…

새벽녁
퉁.퉁.퉁…

귀안에서 온통 맴돌아 머무는 소리ㅡ
분명
가느다란 빗소리인데ㅡ
어느새 귓속 동굴안엔ㅡ
웅장한 메아리같은소리ㅡ
눈꺼풀 문을 열어본다ㅡ
온통
빛하나없는 캄캄 속 고양이 눈마냥 바삐움직이나
이내 다시 감기는 눈ㅡ
귀만이 열려있는 시간ㅡ
오롯이 빗소리에 녹아드는 시간ㅡ
그러다ㅡ
무심결ㅡ
어느새ㅡ
다시 새근거리며 잠이든다ㅡ

사람들은 잠결에 그 빗소리를 어찌 듣냐고ㅡ
왜 들리냐고 묻는이도 있다ㅡ
아직도 그 답은 나도 잘 알지 못하지만ㅡ
아니ㅡ
부러ㅡ
찾지 않고 있는것이 옳은 답일듯도하네ㅡ
그냥 들리니 듣는것이 아닌가ㅡ
.
.

물을 그닥 좋아하지않는 나…
드 넓고 푸른 창대같은 바다도
그냥
가끔
눈요기만해도 충분하고ㅡ
한여름 아이들 물놀이 천국인ㅡ
시원하고ㅡ
청갈한 계곡도ㅡ
나에겐 고작 발 두쪽만 담그기만해도ㅡ
더위를 보내기엔
더할것이없다ㅡ
딱 그만큼만 누려도 좋은 물들인데ㅡ
헌데ㅡ

일단 비가 그렇게 좋다…나는ㅡ
아니ㅡ
내리는 그 빗소리가 참 좋다ㅡ

어찌저리 리듬감있게ㅡ

절대 귀에 거슬리지않게ㅡ

하나 듣기싫지않게ㅡ

어지럽힌 마음물결을ㅡ

잔잔한 모양으로 다듬어주는ㅡ

과하지않은 위로섞인 소리ㅡ

나에게는 참 고마운 소리다ㅡ
.
.

어린시절 등굣길에 비가오면 속상했더랬다ㅡ
비를 맞고 갈수없으니ㅡ
종일 마음속으론ㅡ
제발
집에갈때도 비가 계속 오라고 무작정 빌고 빌었다ㅡ
하굣길에도 멈추지않는 비 선물에ㅡ
우산은 나에겐 사치ㅡㅡ
비와 나 영화를 찍었더랬다ㅡ
밤새
젖은 교복을 말리는김여사의 잔소리폭격에도
내 마음은 이미 만족감이 그득ㅡ
참 철딱서니가 없었다ㅡ
다행히 딸들이 그렇지않아 얼마나 다행인가싶다ㅡ

빗소리를 향한 내 순박한 짝사랑은
비오는 오늘도
하나 흩어짐없이
내 마음에도 내리고 있다ㅡ

.
.
캄캄한 밖 빗소리가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ㅡ
다시금 내귀는 그 소리를 따라가고ㅡ
귀안 옹달샘에 그 소리를 모아둔다ㅡ
그리곤ㅡ
혼자서만 피식대는 귀호강 누려본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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