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꽃

3월이 시작되면서 일교차가 줄어들고 봄꽃이 늘어가고 있다.

꽃을 좋아하는 나를 아는 지인들은 꽃 선물을 하며 ‘꽃을 좋아해서 고민 안하고 선물할 수 있어 좋다’ 고… 선물 받는 나보다 더 좋아한다. 이 얼마나 고맙고 고마운 일인지!! 늘 그 자리에 있는 나의 꽃병은 분홍색에서 노란색 꽃들로 변한다. 또 노란색깔의 꽃들은 모양만 바뀌고 있다. 후리지아와 해바라기로, 이렇게 3월의 봄은 나에게 오고 있다.

 

얼마 전 연분홍색 카네이션을 얻을 기회가 있었다.

옅은 색이 약해 보여 맘을 더 쓴 덕분인지 다른 꽃보다 함께 한 시간이 길었다. 버릴지? 놔둘지?… 시들기 시작하면서 많아진 생각들이 또 다른 관심으로 바뀌고 있었다. 마르면서 변하는 꽃잎들이 묘한 깊이를 더해 준다. 그 깊은 분홍색은 마치 다른 종류의 꽃을 꽂아 놓은 듯 자기만의 빛깔로 발한다. ‘자세히 보아야, 오래 보아야…’ 한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가 생각날 만큼.

그래, 너도 그렇다.

 

피었고, 피어나는 꽃들에게 눈을 맞추었지,

지는 꽃들에겐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지는 꽃들이 제 몸의 수분을 소모하고 익어가는 꽃으로 새롭게 핀다는 것을 놀라면서 신기하게 느끼는 중이다. 반올림 한 음정처럼 성장한 모습으로 속내는 겸손하게 제 몸을 굽히고 여여하게 공간을 비워주고 있다. 비워준 그 공간에 내가 멈춘다. 그들에게 초대를 받고서.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스님의 ‘인생수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단풍도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익어가는 새로운 가을꽃의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순리를 따르는 깊은 내면의 힘이 더 아름답게 승화한 것일까? 이 세상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무상(無常)’을 떠올려 본다. 사람과의 인연도, 물건도, 환경도, 삶과 죽음도…그러나 ‘계속 연결하고 싶고, 빨리 끝내고 싶은’ 집착과 틀이 강한 나를 본다. 거기서 힘겹고 고통스러워하며 익어가는 꽃들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또 순리에 따르라는 숨을 배운다. 초대 받은 비워준 그 공간에서.

 

오늘은 저녁놀이 포근하고 부드럽다.

이렇게 저무니 낼 다시 떠오르겠지. 어제와 오늘의 노을도 아닐 것이고.

늘 우리는 새롭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새날’ 이니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을 갖자고 했던가!! 조금 있으면 어둠 속에서 별 빛이 보이겠지. 그 또한 처음 만나는 별 빛이기에 첫 인사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안녕~~별 빛아, 우리 즐겁게 지내자.” 곁에 또 다른 내가 가만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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