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의미

겨울의 칼칼했던 바람이 입춘 속에서 힘을 잃어 조그맣게 자리는 잡았지만 위축되어 보인다.

그런데 무슨 이런 일이…‘어제 밤사이 폭설이 왔으니 안전운전 하라’는 아파트 내 당부의 방송이 새벽 5시부터 들린다. 조심하라는 주의 방송이지만 궁금증과 반가움으로 급하게 베란다 문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밝지 않은 바깥은 간간히 새어 나오는 빛으로 어스름한 흰색으로 보인다. “저 눈으로 눈사람은 만들 수 있을까?” 혼잣말에 웃음이 나온다.

 

눈과 눈사람은

나에게 산타할아버지 같은 느낌을 준다. ‘착한 아이에게 선물 주신다~.’ 는 설렘과 기대, 친구들과 겨울을 맞으며 ‘눈을 볼 수 있을지?’ 내기하던 추억도 즐겁다. 해마다 기다리는 눈, 건너뛰는 횟수가 더 많아 미울 법도 한데, 아주 가끔씩 내려 금방 녹는 매력까지도 좋다.

 

이런 귀한 눈을 흠뻑 가졌던 적이 있었다.

1999년 11월부터 10개월을 ‘충남 서산’에서 살았다. 처음 가 본 지역이었지만 충청도 사람들에 대한 후한 선입견이 증명하듯 따듯한 정으로 재미있게 신접살림을 할 수 있었다. 아파트 6층에서 함께했던 5가족들 모두 ‘충남’이란 단어만 들어도 함박웃음이 나오는 추억이 되었다. 이 추억과 함께 눈이 부실 정도의 아름다움이 있었으니, 눈 덮인 아침의 일출이었다. 거기다 따뜻한 남쪽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눈을, 눈만 뜨면, 그것도 수 십 Cm의 두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흥분과 감탄을 만들었다. 나의 아침은 부산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매일매일…^^

한 번은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밖으로 가자고 손을 잡았다. 차에 태우더니 눈 내리는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에 살짝 긴장한 내게 앞을 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내리는 눈 속에서 쌍 라이트를 켜고 달리는 것이다. 순간! 놀람이 감동으로… ‘아~ 세상의 모든 눈이 내게로 쏟아지고 있구나.’ 미동도 못한 채 내가 그 속의 일부가 되고 있었다.

 

지금도, 그 순간은 지금인 것 같다.

어제 밤부터 새벽까지 내린 갑작스런 눈에 20년이 넘은 시간들과 지금의 내가 만나고 있다. 시간의 차이는 나에게 무의미한 것 같다. 지금도 내가 품고 있는 추억과 사랑, 아름다움, 영혼…등이 여기서 나와 연결 시켜 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난, 겨울이 차암 좋다. 눈과 눈사람이 있고, 산타할아버지도 있는 겨울 말이다.

 

올 해가 가려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는 또 다른 친구들과 여전히 내기를 할 것이다. 내기에서 져도 괜찮다. 눈이 올 것이니. 이겨도 좋다. 맛난 것 얻어먹을 수 있으니… 이러면서 우리들은 나이들어 가고 있겠지. 웃고 웃으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미가 되면서.

 

나에게 겨울은

결코 춥지도 앙상하지도 않다. 그저 포근하고 설렘과 기다림이 있다.

50대 중반을 맞이하여 끝나가는 이 겨울이 의미를 두라 한다.

……다시 내게로 집중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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