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산 약수터 길에서 나의 30년 나이테를 만나다

풍경을 잇다 사람을 담다 “잇담”

각산 약수터 길에서 나의 30년 나이테를 만나다.

 

각산 약수터 길에 나이테가 살고 있다.
각산 약수터 오르는 길에 나이테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뜬금없는 얘기겠지만(하하) 분명 나이테가 살고 있다. 내부로 부터 겹겹이 세월을 새겨 온 나무와 같이 각산길에도 장구한 시간을 이겨 낸 주름살이 오솔길에 켜켜이 새겨져 있다. 약수터 오르는 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름살처럼 생긴 길의 살점들이 비탈로 쳐져 있는 나이테를 만날 수 있다. 내가 이곳에 온 30여 년 전 각산 약수터 가는 길은 고작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 협소하면서도 오붓한 미로였다. 마주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서로 나무를 부여잡고 깨금발로 길을 열어주곤 했었는데 그래도 인사도 건내며 살가운 길로 기억속에 남아있다.

 

오솔길에 2~3층 겹겹이 새겨진 사천사람들의 발자취
그 길이 지금은 신작로처럼 훤해졌고 어느 구간에는 아예 2~3단으로 층을 이루고 있어 세월의 주름을 실감케 한다. 맨 위 층이 처음 생긴 길이고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이 오가다보니 눌리고 처진 산의 주름은 아래로 밀려나고 다시 새 길이 나면서 각산의 일생이 기록된 것이다. 그 길섶에 살던 굴참나무도 길과 함께 익어 아래로 밀려나 이젠 넌지시 몸을 기운채 하늘과 바람과 빛을 숲으로 안내하는 노련미도 보여주고 있다. 넓어진 길 만큼 한결 가벼워진 사람들도 넉넉한 숲길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여유가 생겼다.

 

숲과 나무도 길을 열어주는 나이테길
뾰족하던 돌부리도 곡선의 시간을 드러내고 위태롭던 사면도 부드러워져 저만치 앞길이 훤히 보이는 밝은 공간이 되었다. 익어가는 사람처럼 세월 앞에 숲도 나무도 너그러워졌는지 길의 노고를 배려하는 씀씀이가 아름답다. 숲에 드는 햇살은 한결 맑아졌고 바람의 길도 넉넉해져 직선의 세월이 곡선의 여유로 변모해온 각산 약수터 나이테길은 그래서 사천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젊어지는 각산 나이테길 그 명성도 덩달아 높아져
이제는 곳곳에 알록달록 간이의자도 생기고 체육시설도 말끔히 운영되면서 숲의 세월을 나누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어르신들의 단골코스였는데 이제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젊은 엄마,아빠들도 적잖게 볼 수 있어 건강해진 숲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등산 베낭을 둘러맨 산악인들의 트레킹도 늘어나 각산의 명성을 실감케 한다.

 

나이테에 살가운 눈길 보내며 숲과 소통하는 시간
무엇보다 건강한 청년과 중년층의 모습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다. 신구의 조화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각산 약수터 길은 하루하루 감칠맛 나는 숲으로 성장하고 있다. 더불어 산새들의 노래소리도 예전보다 경쾌해졌고 서로 인사 나누는 아름다운 모습이 나날이 많아지는것을 보면 이게 다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님을 약수터길 나이테는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길을 오를때마다 가쁜 숨을 느린걸음으로 달래며 길섶에 새겨진 나이테에 눈길을 보낸다. 그리고 긴 세월 함께 해온 다정을 고마워한다. 무엇보다 길에 밀려 남몰래 억울해할지도 모를 나무에게도 살가운 손길로 쓰다듬어 준다. 고맙고 애썼다는 말과 함께!

 

각산 약수터길 나이테는 우리의 건강 징표
다시 세월이 흘러 길은 또 한층의 나이테를 새길 것이다. 그 굴참나무도 한 발 더 물러나고 햇살도 충만하게 스며들어 길은 보톡스를 맞은 듯 튼실하게 자라 사천 사람들의 숨결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다. 천 년 전 그 바람과 똑같은 참맛을 발끝으로 전해줄 것이다. 각산 길에는 신처럼 우리를 지켜준 나이테가 살고 있다. 그것은 건강하게 살고 있는 우리의 근육이고 핏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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