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잘 빠져야 만날 수 있는 삼천포의 멋과 맛

풍경을 잇다 사람을 담다 – “잇담”

제대로 빠져야 만날 수 있는 삼천포의 멋과 맛

 

삼천포에 병이 깊어 3맛3멋에 빠진 30년
정말 제대로 잘 빠져야 만날 수 있는 삼천포만의 매력을 나는 이미 30여 년 전에 건졌고 이젠 거기에 매료되어 병 또한 깊었으니 불치라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멋이 깃들면 맛도 깊어지고 맛이 우려나면 멋은 병풍처럼 펼쳐지는 것이니 삼천포-사천이 그런 곳임엔 이견이 없다. 그 멋과 맛의 3장단을 나름대로 한 번 짚어 보고자 한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개인의 관점임을 밝힌다.

 

 

용궁품은 멋의 별천지
삼천포의 멋이라면 단연 지리적 특성을 빼놓을 수 없다. 일찍이 고운 선생이 남녘을 유람하면서 제일 빼어난 곳이라 하여 남일대라 명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와룡의 승천 기운이 스멀거리는 모산 와룡산과 요술 상자 하나 박아 놓은 듯 야무지게 솟은 각산을 거느린 삼천포 항구는 너른 태평양이 조곤조곤 들어와 휴식을 취하고 남녘의 모든 뱃길에 젖줄 물려주는 어미같은 자태로 모진 풍랑을 삭혀주는 요람이자 어족자원 또한 풍부한 용궁 출장소다. 그 가운데로 강물같은 바다가 쉼 없이 생명을 나르는 삼천포 항구는 그래서 멸치들의 고향이자 쥐치의 조상들이 터를 잡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멋의 궁전이요 바람의 요새다.

 

 

시어들이 살아 숨쉬는 문학의 요람
터가 좋으면 인물이 나는 법. 문학의 멋이 더해진 삼천포는 서정시인 박재삼을 배출한 시향의 고장이기도 하다. 그의 문학적 밑거름과 터를 이룬 항구의 비린내와 묵은 골목 끝 빛나는 물빛과 별들이 아름다운 시어로 태어나 노산공원 솔 숲을 유영하며 오래오래 삼천포 사람들의 문학적 자부심으로 샘솟고 있다. 노산에 서면 아득히 박힌 삼천포의 불빛들이 시집에서 막 뛰쳐 나온 시어처럼 살아 숨쉬는듯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충무공 얼 서린 역사의 가마솥
충무공의 얼이 서린 삼천포 앞바다는 풍랑을 이겨낸 선조들의 지혜와 열정이 축적된 역사의 현장이다. 무엇하나 충무공의 애국위민 정신이 깃들지 않은 것이 없으며 바다 위 작은어선들도 모두 거북선의 자랑스러운 후예다. 실안 노을이 유독 발갛게 물드는 것도 국난을 이겨낸 민초들의 피와 땀의 역사가 묵고 있기 때문이다. 멋이 없는 역사는 역사가 아니다. 혼과 몸으로 바꾼 피 끓는 역사라야 진짜 멋있는 역사고 맛있는 역사다. 삼천포는 진국을 우려내는 역사의 가마솥이다.

 

기상천외한 입맛의 전국체전
그뿐이랴. 삼천포로 빠지면 맛은 더욱 깊어진다. 멋 있는 곳에 맛이 있다. 입맛이 돋고 사람맛이 짭조름하기에 삼천포의 바람맛은 초절정 절대미각을 자랑한다. 실비로 대변되는 삼천포의 미각은 한상 가득 육해공군이 총 출동하는 맛의 전국체전이다. 기본료와 추가 술값만 내면 안주가 무한대로 제공되는 이 기상천외한 술상은 화수분 같이 용궁의 진미를 퍼 나른다. 아구찜의 매콤한 마력은 어쩔것이며 새조개의 쫀득쫀득한 식감의 괴력도, 끌림의 요정 쥐치포와 고소함의 극치인 실안개불의 천년 비밀까지 맛의 천국 삼천포는 진짜 마음먹고 빠져야만 그대를 만나주는 당차지만 인정많은 고향 아줌마다.

 

백반한상 둘러 앉은 짭조름한 사람맛
이 곳 사람들은 짭조름하다. 밍밍해서 싱겁거나 사납지 않다. 딱 좋게 간이 들어 뉘라도 만나면 고향 사람같이 살갑다. 전어같은 고소함이 묻어나고 서대나 병어같이 물색 좋은 맛도 풍겨나오는 아주 신사적인 사람들이다. 누구라도 만나 숭덩숭덩 회 한 접시 썰어 놓고 바닷물 한잔 술 삼아 나누어도 싱겁지 않은 맛깔스러운 사람들이다. 투박하면서도 열정이 넘치고 섬세하면서도 바다를 닮아 넉넉한 품이 좋은 삼천포 사람들은 그래서 삼삼하게 차려진 엄마 백반 한상에 빙 둘러앉아 만나면 더 정겹다. 나도 30여년 그 밥상 이웃이 되어 이젠 비린내를 사랑하며 살고 있으니 그 근거로 삼아도 좋은것이다.

 

바람맛이 참 고운 항구
나는 언제부터인가 인사할때마다 “바람맛이 참 고운 항구 삼천포”라는 말을 자주 쓴다. 무릇 바람맛이 으뜸인 곳이 삼천포다. 물 맛 술 맛도 좋지만 숨과 쉼을 건강하게 나누기엔 바람 맛 만한 게 없다. 태평양의 광할한 바람이 섬과 섬의 질펀한 삶을 머금은채 순수의 결정체로 안겨오는 곳이 삼천포다. 바람맛이 고운 이유다. 그래서인지 이곳 횟감은 향기롭고 달달할뿐 아니라 사람들의 말도 푸릇푸릇한 게 태평양을 닮았다. 싱싱한 바람이 머물며 순환하는 삼천포에는 시인의 노래처럼 천년 전의 그 바람이 이웃처럼 아름답게 장난치며 노닐고 있다.

 

삼천포로 빠지는 행운의 주공인 되시길
멋과 맛이 살아 숨쉬는 삼천포는 이제 더 이상 후회와 실수의 길목이 아니다. 마음먹고 다짐하고 와야 하는 선택받은 고장이다. 행여 실수로 이 항구까지 왔더라도 걱정하지 마시라. 잘 왔다며 그 실수를 이내 자랑할 것이다. 삼천포로 빠지자. 즐겁게 빠지자. 그 행운을 꼭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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