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숲 놀이를 나선다.
봄이 지나간 숲과 들엔 식물들이 무성하다. 오늘의 놀이는 토끼풀꽃으로 꽃반지와 화환 만들기다. 쉽게 볼 수 있지만 이름을 클로버로만 알고 있는 풀밭에 선다.
“이 풀은 뭐예요?”
“토끼풀이야.”
“왜 토끼풀이지??”
“꽃이 토끼 꼬리같이 생기지 않았어? 토끼도 좋아하는 풀이야.”
토끼풀꽃으로 화환을 만들어보자고 하니 벌처럼 아이들이 모여든다. 꽃을 함부로 꺾으면 안 된다고 배워선지 신중하게 고른다. 맘에 드는 두 개를 골라서 반지를 만든다. 꽃 아래 줄기에 손톱으로 구멍을 내서 다른 꽃줄기를 넣은 후 손가락에 매듭을 묶어주면 반지가 완성된다. 아이들의 손가락이 너무 작아서 팔에 감아준다. 다음은 화환을 만들어본다. 아이들이 꺾어 준 꽃을 엮는다. 한 묶음을 준비한 다음 두, 세 송이의 꽃으로 돌려가면서 동그랗게 원을 만든다. 화환은 처음이라고 신기해한다.
어릴 적, 동네 아이들과 모여서 토끼풀꽃으로 놀던 게 일상이었다. 누가 더 크게 잘 만드는지 내기도 하고, 네잎 클로버를 찾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나는 일이 있다.
시골에서 모내기가 한창이던 때에 태어났다. 생일이라고 해봐야 아침이나 저녁에 미역국을 챙겨 먹으면 다행이었다. 생일은 응당 가족들이 챙겨주는 게 다였다가 동네 언니들이 학교를 들어가고 나서 서로 챙겨주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딱히 용돈이 없던 시절에 언니들은 들판에 토끼풀로 화환과 목걸이를 만들어줬다. 목걸이를 어찌나 크게 만들었던지 다리까지 닿을 둣했다. 하교하고 나서 만들기 위해 들판을 다녔을 생각을 하니 고마웠다. 내가 행복하면 좋겠다고 그 시기에 제일 예쁜 것을 모아 왔다는 말이 더 예쁘게 느껴졌다. 잠을 잘 때 머리맡에 두었는데 그 향이 달콤하여 그날 밤, 꿈에 꽃밭에서 놀고 있는 언니들을 만나서 같이 화환을 만들었다. 깨어나고 나선 시들어진 꽃이어도 좋았다. 지금도 꽃향기를 맡으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향인 듯 기분이 좋다. 좋았던 기억은 몸에 새겨지는 듯하다. 혼자 배시시 웃고 있으니 아이들이 궁금해한다. 왜 웃냐고 물으면 ‘향기가 너무 좋지 않아?’라고 대답하며 아이의 코에 갖다 대준다. 향기를 처음 맡아보는 아이들의 표정도 밝아진다. 가까이서 보고, 향기를 맡아보고, 만져보는 재미를 함께한다. 이렇게 즐겼던 추억이 다시금 길가에서 이 토끼풀꽃을 마주할 때 기쁨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토끼풀꽃의 꽃말은 ‘행복, 행운, 약속’의 뜻이 있다. 어렸을 때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지금 아이들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나와의 약속을 실천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