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간 아들에게

군대에 간 아들에게 오래전 편지

 

1

현우야 잘 잤니?
날씨가 제법 차가워 졌어
내일 비가 온다더니 오늘부터 그 조짐이 보이는 듯하네.

오늘은 한글날이네
569회라고 한다.

가만 보면 너나 형은 그런대로 한글날에 부끄럽지 않은 언어 사용을 하지 않았나 싶어
비어 속어 은어들이 난립하는 요즘 세대와는 조금 달랐다고나 할까?

그것이 어쩌면 친구들과의 소통에서 불편했을지 모르겠으나 내가 듣기에 참 건강하고 바른 언어 사용인 것 같아 뿌듯했지 뭐니~

친구들과의 만남에선 `그건 내가 모르겠고~~` 하던 개그 멘트가 생각나네 ㅎㅎ

지금은 할머니 댁에 일 도우러 가는 아빠는 식사 중이고 난 이렇게 네게 편지를 쓴다.

아직도 힘든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고 힘이 들겠지만 살아가기 위해 힘든 일을 하는 어른들을 생각한다면 이것쯤이야 하며 견디기 쉽지 않을까 싶다

너도 알다시피 아직 기브스를 풀지 않은 채 농사일에 매달리시는 할아버지와 허리가 불편하심에도 동네 사람들은 논이고 밭이고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우린 아직 못했다며 내내 쫓아다니시는 할머니를 생각해봐도 그렇잖니?

오늘도 여전히 네 안부를 물어 오시겠지?

현우 연락 왔었냐?  내지는 잘 있다더냐? 이렇게^^

식사는 제법 입에 맞겠다.

우리 식구들은 대체적으로 식성이 좋은 편이라서 식사에 적응하는 것은 좀 쉬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니?

그 많은 장정들의(800명이라고 들은 것 같아) 매번 식사를 준비해주시는 분들은 얼마나 힘들까도 한번 생각해 봤어 엄마야 껏 해야 많아야 5~60명일 때가 최고잖아

그런데 그분들은 매번 너희들의 식사를 때맞춰 제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실까 싶으면 절로 감사드려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누가 내게 무엇을 가르치거나 베풀기 위해 애써 많은 시간은 갖는다는 것은 너에겐 너무 감사한 인연이지 싶다.

아들이 이 깊은 말뜻을 알기에는 아직 어리지만 지금은 배우는 중이고 그 길에 늘 서 있으므로 그 부분들에 대해 늘 염두에 두며 지내라.

그러면 힘든 것 보다는 내게 더 유리해지며 너의 생각의 전환점에서 널 항상 승리로 이끌 것이야

 

아들아

어제서야 확인하고 문장의 엔터를 생각하기로 했다.

복사해서 전달하기 때문에 혹여 길거나 하면 불편한 일이 되어 진다기에 이제야 적용시킨다.

미안 하네~~ 늘 늦게 깨닫는 엄마처럼 우리 아들도 그러면 어쩌냐고 걱정이 되지만 어쩌겠니 엄마가 항상 하는 말 ” 내가 널 낳았다!” ㅎㅎ 웃자구나^^

헐~~또 너무 길어졌다 엄마의 수다는 언제쯤 멈출라나?  이 공간을 통한 너와의 소통이기에 네가 이해해 주길 바란다.

사랑하는 아들 오늘도 힘껏 최선을 다하는 뿌듯한 하루가 되었으면 싶구나.

항상 엄마는 네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지내고 웃고 즐거운 생각을 더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가슴에 넣고 다닌다.

아들아 사랑한다. 그리움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란대~~ 너도 그걸 배우고 있는 중이고 그렇지?

잘 지내고 이따 저녁에 다시 쓸게  사랑해~~^^*

 

2

휴일 사진을 보았단다.

네 같기도 하고  ㅎ ㅎ

들여다보면 모두 닮은듯하여 뚫어지게 봐도 그렇더라. 오늘은 훈련 없이 하루를 보냈겠다.  사물함 정리와 여러 가지 또 익숙해야 하는 것들을 배우고 익혔겠지?

사랑하는 아들~~

오늘은 엊그제 받은 꽃바구니의 국화를 마당에 옮겨봤어.   예전에 꽃꽂이를 배울 적에 시들어 가는 국화를 화단에 꽂았더니 아주 잘 자라더란 생각이 떠올라서 촘촘히 손에 쥐고 마당 입구 장미 옆 향나무 아래에 물을 잔뜩 주고 골을 만들어 그곳에 쭈루룩 줄을 세워 놓고 다시 물주고 다시 흙 덮고 또다시 물주고……잘 자라기를 바래보았다.

그러고 보면 적응 할 수 있는 건 각자의 몫으로 정해져 있어 그대로만 실행한다면 내일을 만나고 또 먼 훗날에도 만나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아들도 적응 잘해서는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많이 배우는 기간이었으면 좋겠구나.

엄마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까?^^  이해해주라 난 군엘 가보지 않았기에……

오늘 저녁엔 남해에 수원계신 삼촌이 일손 도우러 왔다는 구나 아빠가 돌아와서 전화하는 얘길 들어보니……

할아버지 벼농사가 대풍이란다.   예전 같으면 60~70가마니였는데 올해는 우렁이를 논에 넣고 약을 치지 않아도 90가마니 정도의 그렇게 많은 수확을 했다는 구나.  아무래도 현우 네가 농사철에 틈틈이 할아버지 할머니 일들을 아빠와 함께 도우러 다녔기에 가능 했던 것 같구나.   할아버지 농사는 벼가 유난히 밥맛을 좋게 하는 쌀이라 엄마랑 아빠가 판로를 자신 있게 알아봐야 할 것 같네^^

 

현우야

며칠 전 운전을 하다가 손톱 가장자리에 걸리는 삐죽한 손톱이 있더라. 애써 잘라 냈더니 그곳이 며칠 지났는데도 아린다. 우리들의 시간들도 마찬가지 일거란 생각이 들어 억지로 그 당시를 참지 못해 어떻게 하려고 하면 탈이 날수 있다고 내게 말 하는 것 같더라.   차근히 손톱 깎기를 동원하고 몇 시간을 기다렸다가 손질했다면 아무 이상 업었을 것인데 그것을 참지 못한 결과를 엄마는 생손앓이를 며칠 해야 하는 댓가를 만났다고…….

늘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네가 군 생활에 충실하고 너의 좁았던 시야를 대인관계에서 부터 배우고 넓히는 역할을 맡은 시기인 것 같다.

우리아들은 현명하고 사리 판단을 잘 할 수 있는 번득임이 있다는 걸 엄마는 누구보다도 잘 안단다.

그 기초 작업인 훈련병시절을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으리란 기대로 또 하루해를 보내고 있구나.

단단해지고 야물어진 만남의 시간들이 지나다 보면 멋진 대한민국의 아들로 성장할 것 같구나!

아들 하루 마무리 잘하고 건강 조심하며 잘 지내길 바란다.

고맙다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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