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가 먹고 싶은 날

카레가 먹고 싶은 날이 있다
타국의 낯선 골목을 걷던 때
자유를 만끽하던 날의 그런 기분을 내고 싶은 순간

그런 날이면 집안 가득 카레냄새를 피운다
영문 모르는 아이들은 신났다.
야! 오늘 저녁은 카레다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카레를 음미한다

너무 맛있다고 잘 먹던 아이들은
매 끼니마다 나오는 느끼함에 투덜대기 시작한다
솥엔 아직 카레가 남았는데…

그렇게 잊고 지내다 어느 날 불현듯
카레가 당기는 날은 온다
그러면 어김없이 또 한 솥 끓여
몇 끼를 아이들과 나눠 먹어 낸다

타국의 낯선 골목에서 풍기던 카레향기
그 향기에는 자유가 묻어 있다

삼십대에 아는 동생들과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여행이 끝나갈 때쯤 어쩌면 이렇게 몇 년을 떠돌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직장도 그만 두고 퇴직금 챙겨서 온 여행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실제로 그렇게 떠도는 여성들을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기도 했다. 결혼하고 나서는 혼자서 타국을 여행하는 상상을 하며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쓴웃음을 지었다.

카레향기는 여행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이다. 자유롭게 혼자 부유하는 식물처럼 세상을 떠돌고 싶었던 갈망의 향기다. 그래서 견딜 수 없이 자유롭고 싶을 때면 카레를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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