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타는 듯한 갈증으로 시달릴 때, 한 모금의 아름다운 음악은 맑게 솟아오르는 샘물처럼 우리의 갈증을 치유 해줄 것이다. 맑게 흐르는 강을,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을, 그리고 시처럼 황홀하게 자라나는 나무들을 보지 않은 채 음악을 모르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산 채로 죽어 있는 셈이 될 것이다 ”
음악, 귀로 마시는 그 황홀한 술. (이순열)中에
10년이면 강산江山도 변한다는 것은 옛말, 요즘 강산은 수시로 변한다.
나는 강산이 수없이 바뀔 정도로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왔고 지금도 가르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다른 악기보다 먼저 접하게 되는 악기가 피아노이다.
많은 아이들이 시작을 하지만 악보가 어려워지고 단계가 높아지면 힘들어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아이에서부터 성인 누구를 막론하고 오른손 왼손 따로 기초부터 실력을 쌓아가야 하고 악보를 잘 볼 수 있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론 타고난 소질이 효율적인 학습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꾸준히 배우다 보면 어느 순간 실력이 쌓여 멋진 연주를 하게 되고 완성이라기보다 익숙해지고 즐길 수 있게 된다. 처음엔 학습 혹은 취미로 배우다가 개인의 재능이나 관심에 따라 특기가 되고 전공자 수업까지 하게 된다.
어떤 학생은 좋아하는 한 두 곡을 외워 연주하기를 원하여 편곡되지 않은 어려운 곡(조표가 새까만)을 가져와서 배워 보려고 하는데 본인의 의지로 많은 시간이 걸려 연습을 하지만 아주 흡족한 연주까지는 부족하다. 역시 기초부터 천천히 실력을 쌓아야 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수압 센 소방차의 호스가 바위를 뚫는 다는 소리는 못 들어 봤지만, 한 방울씩 꾸준히 떨어지는 물방울이 세월을 두고 바위를 뚫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바이다.
악보가 익숙해지고, 이제 막 음악을 알게 될 쯤, 공부 때문에 피아노를 중단하는 아이들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악기를 만지며, 그 손으로 공부하면 좋을 듯한데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회복시킬 수 있고 촉촉한 감성을 키울 수 있는 것이 음악(모든 악기, 노래) 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어린 시절은 지나버렸고 나이 들어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악기를 접해 보려고 하는데 마음과 다르게 망설이게 된다. 장르를 떠나 ‘나비야’ ‘학교종’ 등 어려운 곡이 아니더라도 기초부터 내가 터치하는 것이 중요하며 쉬운 곡부터 천천히 배워 나가는 것도 용기이고 흥분되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목표를 정해서 즉, 60에 70에 나는 이런 곡을 연주할 것이라고 말이다. 목표를 정한 그 때에 조그마한 카페에서 지인들을 모셔다가 ‘작은 음악회를 가지겠다’ 는 것 등 이런 소박한 꿈이 우리를 미소 짓게 하고 작은 행복을 주리라 생각한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호젠펠트(독일군 장교)는 슈필만(피아니스트)이 유대인 도주자라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여기에 사냐? 직업이 뭐냐? 고 묻는데, 슈필만은 그의 질문에 ”피아니스트였다“라고 답한다. 그러자 호젠펠트는 ”피아니스트?“ 라는 대사를 한 번 하더니, 슈필만에게 피아노 연주를 시켰고, 슈필만은 자신이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생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연주로써 쇼팽의 발라드 1번 G 마이너를 연주한다. ( Chopin: Ballade No.1 In G Minor, Op.23 )
그토록 치고 싶었던 피아노를 살기 위해 연주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폐허 속 창가로 들어온 빛을 받으며 비참한 몰골로 필사적인 연주를 이어가는 피아니스트!
감동 깊게 본 영화이다.
위기의 순간 피아노 연주가 그의 생명을 살리게 된다.
몇 해 전 조지아의 흑해 연안 휴양도시 ‘바투미’라는 곳을 여행 한 적이 있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거리를 다니는데 넓은 광장에 분수대가 있었고 광장 한 가운데 예쁘게 칠을 한 피아노가 있었다.
거리를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곳곳에 피아노와 방수 커버가 놓여 있었고, 낮에도 밤에도 아이들끼리, 부모와 같이 피아노를 치고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5월!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용두공원, 공설운동장 입구, 대교공원, 용현 무지개도로…..에도 예쁘게 색칠한 피아노가 놓여 있으면 좋겠다.
누군가 악기를 연주하고, 피아노를 치면, 파도 소리가 화음이 되고, 반주에 맞춰 신나게 노래 불렀으면 좋겠다.
새순 돋아나는 오월이, 하늘의 구름이, 사천만의 바다가 노래하는 5월.
피아노가 아닌 어떤 악기라도 상관없다 ‘우리 몸이 악기니까’
♪자녀들이 성장해서 사용하지 않는 피아노를 기증을 해 주는 분이 계시다면 예쁘게 색칠을 해서 여러 곳에 비치해 두고 누구나 연주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