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남 아파트 단지 옆에 있는 초전공원은 한여름의 연꽃 밭도 아름답지만, 이른 봄날 못 속에 비치는 반영은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로움까지 더해 준다.
특히, 해 질 무렵이 되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할 만큼 황홀경이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빙산의 일각처럼 보이지 않는 이면(裏面)이 더 복잡 미묘하다.
못 속에는 온갖 형상이 살아 있다.
우리들 마음속에는 사랑과 집착, 미움과 분노, 행복과 불행, 시기와 질투, 참과 거짓, 탐욕과 어리석음, 기쁨과 슬픔 등 온갖 욕망이 꿈틀대고 있다.
무릇 형상 있는 것은 때가 되면 사라진다.
필 때가 있으면 질 때가 있고, 생성할 때가 있으면 소멸할 때가 있다.
영원하지 않기에 덧없다. 그래서 붙잡을 것이 없다.
그러하기에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새들도 해가 지면 둥지를 찾아 깃들고, 길 위에서 지친 나그네는 안식처를 찾아 돌아간다.
어둠이 호수에 내려 앉으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深淵) 속에서 들려오는 무수한 생명의 소리들.
은밀하게 나는 그들과 만난다.
초전공원의 일몰 풍경은 우리를 겸허하게 해 준다.
혜안(慧眼)으로 사물의 진실을 보라고 한다.
삼라만상이 생각과 느낌에서 일어나는 허상(虛像)임을 알라고 한다.
허허로운 가슴으로 살라고 한다.
우리는 지상에서 그림자놀이를 한다.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드러난 모든 현상은 꿈과 같고, 환영과 같고, 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다.
그러므로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차려야 한다. [출처] 금강경 4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