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열 초대전박동열은 화가로서 특이한 전력을 가진 사람이다. 정식으로 미술을 전공하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한국 전통 문양의 연구와 미학을 조형언어로 빚는 데 힘써온 작가이다.

박동열은 통영지역에서 나전칠기 제조에 25년간 종사하면서 옻칠, 도안, 자개 놓는 법, 칠기의 문양과 전통기법을 익히고 터득하였다. 나전칠기 문양을 비롯하여 떡살, 목공예, 금속공예 등 우리 전통 문양에 담긴 민족의 숨결과 미의식을 줄기차게 탐구했다.
지금까지 서양화가 중에서 한국의 전통문양에 대한 연구와 깊이를 캐내 현대 감각의 조형언어로 승계시킨 작가가 없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세계의 개척이 돋보인다.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뿌리로 한 서양화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박동열은 지방작가로 30여 년간 창작혼을 불태우면서 옛 장인들의 손으로 전승돼온 문양에 함축된 민족의 마음과 그 비밀의 오랜 명상과 작업으로 체득한 끝에 가장 현대적인 조형언어로 표현해내고자 했다. 다수의 전시회를 통해 이러한 것들을 표현하였으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선보이는 작품들은 통영의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을 그 만의 색감으로 표현해낸 풍경 작품들을 선보인다.
서양화가 박동열의 작품은 통영 바다의 빛깔, 코발트 블루와 토속미의 발견과 재해석임을 첫눈으로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통영의 원로작가 전혁림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박동열은 통영시 태평동 9번지, 전혁림 댁에서 8세에서 18세까지 함께 살았으며, 대청에서 전혁림 선생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이런 성장 환경이 화가가 된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을 것으로 본다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박동열은 30여 년의 창작 생활과 침묵 속에 그의 진면목을 나타낸다.
그가 가는 길은 외롭지만 가야 할 이정표가 선명하기에 주저할 수 없는 길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홀로 등불을 밝혀 가고 있음을 본다. 그의 가슴엔 전통문양에서 깃든 한국의 영혼과 영원의 별빛이 반짝거리고, 영원이 숨쉬고 있다. 사랑과 행복과 생명의 말과 숨결이 문양의 형태이며 민족의 마음이 피워낸 염원의 꽃이다. 전통문양에서 한국 미의식의 꽃밭을 발견해 낸 것은 숙명적인 인연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