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줄기 보내 줄까요?
어머니에게서 온 문자다.
마흔이 넘은 딸은 예순이 넘은 어머니에게 껍질을 벗겨 주시면 먹을 거라고 얘길 한다.
어머니는 알았다며 물김치며, 참기름이며, 계란을 어서 가져가라며 성화시다.
십여 년 전
갓 결혼한 딸과 사위에게 싱싱한 먹거리를 주시고자 부지런히 농사를 지으셨다. 고추를 제법 심으셨는데 자식 먹일 거라고 약도 치질않고 키우셨다. 사람들이 따가는 것 같아 하얀 밀가루를 약처럼 뿌려 놓으셨다며 한바탕 웃었다. 그땐 고추가 많아도 너무 많아 반도 먹질 못하고 버렸다.
하루는 고구마 줄기를 푸댓자루에 담아오셨다. 어머니의 사랑은 넘쳐났고 나는 젖먹이를 데리고 껍질 벗기다 식겁한 기억이 있다.
늙은 호박도 많이도 가져다주셨다. 호박죽도 끓여 먹고 호박전도 해 먹으라며… 그때 나는 어머니께 다 먹지도 못하는 걸 왜 이리 많이 가져다주냐며 짜증 섞인 말투로 얘길 했다. 다른 엄마들은 반찬도 만들어 주고, 호박죽도 끓여서 주는데… 일만 많다며… 나는 철없는 딸이었다.
어머니는 40년 넘게 작은 미용실을 운영하신다. 집안일과 바깥일을 모두 잘하기란 쉽지 않다. 다른 어머니들처럼 맛깔나게 반찬을 만들어 주시기엔 나의 욕심이 과한거였다. 아이를 키우고 직업을 가지면서 알게 되었다.
딸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아이의 냉랭한 말투와 행동들에 한 번씩 상처를 받는다.
요즘 부쩍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아, 울 엄마는 어찌 나에게 늘 부드러우셨을까?’
요즘 아이와 부딪힐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어른들이 그러시지. 너랑 꼭 닮은 딸 낳아서 키우면 부모 마음을 알게 된다고
요즘 내가 그렇다. 그렇게 부모와 자식의 중간에서 부모도 되었다가 자식도 되었다가 철이라는 것이 들어가는 것 같다.
아침에 주먹밥을 만들어 주면 잘 먹던 아이들이 아침을 거부한다. 아침부터 냉랭한 분위기가 싫어 더 이상 권하지를 않는다. 그렇게 나의 아침이 편해졌다.
늘 아침을 거부했던 엄마의 딸이 떠올랐다.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고기와 야채를 다져 빈대떡처럼 구워다가 케첩을 뿌려 먹이셨다.
그 이야기를 지금도 한번씩 하신다. 고기를 먹질 않던 내가 그렇게 다져서 구워주면 한 장씩 먹고 갔다며… 그 사랑을 이제야 알아가고 있다. 아침을 편하게 보내려다 어머니가 나에게 해주셨던 기억에 단호박과 우유를 갈아서 먹여 보낸다. 살포시 옆에다가 빵도 한 조각 구워 놔둔다.
어머니께 받아 온 사랑이 게으른 나를 일으킨다.
아이들과 부딪히는 날들이 늘어 나면서 그때의 나를 기억하게 된다.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이제야 알게 된다. 더 깊이 어머니를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철이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