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바다 통째로 머금은 귀족 – 새조개
제철 음식이 보약이다. 그것도 제 땅에서 난 것이라면 금상첨화다. 봄의 미각이 기지개를 켜는 요즘
겨울을 이겨 낸 산나물들이 앞 다투어 밥상을 점령중이다. 봄동을 비롯해 달래와 냉이, 두릅, 취나물들이 알싸하면서도 향긋한 땅 기운을 머금은 채 겨우내 말랐던 입맛을 유혹한다. 물을 터 삼아 살아온 갯가 사람들에겐 바다가 땅이다. 거기에도 심해의 기운을 머금은 생명들이 봄을 길러 올리고 있다. 그 중 조개의 귀족이라 불리는 새조개야말로 봄 바다를 통째로 삼킬 수 있는 맛의 결정체다.
한 점 한 점 귀하게 데쳐야 제값하는 새조개 샤브샤브
초저녁부터 삼천포 어시장 일대 횟집들은 새조개 손님들로 북적인다. 1Kg에 5만원인(손질하지 않은 상태) 새조개는 대략 성인 2~3명이 술 한 잔 곁들이며 먹을 수 있다. 전문 식당에서는 3~4명 기준 13~15만원 선 한 접시를 푸짐한 안주와 함께 내놓고 있다. 물론 샤브샤브가 대표 메뉴다.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해풍맞은 시금치와 봄동, 속배추, 청경채, 버섯류, 부추 등 건강채소를 듬뿍 넣고 한소끔 우려낸다. 그 다음 끓는 육수에 새조개를 5초 내외로 살짝 데쳤다가 건져 내는게 관건이다. 조금이라도 한 눈을 팔면 이내 질겨져 새조개 고유의 쫀득함을 놓치기 일쑤다. 잘 익은 야채와 푸짐하게 버무려 한 입 삼키면 마치 새 한마리 입안을 휘젓고 다니는 듯 봄 바다 풍미가 진하게 밀려온다. 야들야들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은 새조가가 아니면 흉내낼 수 없는 절대 경지다. 한 점 한 점 귀하게 데쳐내야 하는 이유다. 바다 새 한마리의 우아한 몸짓과 봄태를 놓치면 후회한다.
봄 바다의 영양 덩어리 – 이맘 때 최고맛 자랑하는 새조개
새조개는 조개의 귀족답게 영양도 우수하다. 철분이 풍부해 빈혈에 좋고 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피로회복과 두뇌건강에도 탁월한 음식이다. 소화도 잘 되고 타우린도 많아 먹는 즐거움에 덩달아 혈관 건강도 지켜주는 효자 음식이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을 즐겁게 달래주는 묘미가 있어 특히 봄 바다의
전령사라 부를만 하다. 바지락이나 동죽, 백합등과 함께 봄, 여름 바다의 대표적 가객인 새조개는
말 그대로 새처럼 생긴 다리로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거나 까놓으면 몸통이 새처럼 생겼다고 해서 특이한 이름을 얻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산란기라 겨울과 이맘때 최고의 맛을 품은 새조개는 샤브샤브를 비롯해 초밥의 재료는 물론 버터구이나 된장찌개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주연배우다.
사천 새조개 샤브샤브 – 먹고나면 날개 단듯 행복한 봄
겨울 지나 봄 중순까지 사천을 중심으로 남해안 일대는 새조개 샤브샤브로 성황을 이룬다. 쫄깃한 개불과 도다리쑥국도 어우러지면서 바야흐로 봄 미각 축제속으로 빠져든다. 푸짐하게 저녁을 채우고 가게를 나서니 골목을 지나는 갯바람이 봄인 듯 훈훈하다. 두 팔을 뻗어 본다. 겨드랑이에서 날개 두개 쑤~욱 움트는것 같다. 행복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