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나를 바라봅니다
나도 꽃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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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아마 내가
꽃인줄 아나 봅니다.
‘정호승’의 ‘꽃과 나 ’中에서
어릴적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다.
할머니는 일철을 제외하고는 늘 화단에 풀을 뽑으시고 꽃을 가꾸셨다. 오래 묵은 청빛 수국이 화단 가운데 자리를 잡았고,담벼락을 대신해 접시꽃이 가득했다. 솔밭 아래 접시꽃 많은 집하면 우리집이었다.
6월은 접시꽃이 많이 필때다.
오늘도 나는 차를 세워 한참동안 꽃을 보았다. 지금은 접시꽃도,할머니도 계시지 않지만 접시꽃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30년도 더 지난 그때를 잠시 다녀오곤 한다.
접시꽃보다 키가 작은 아이는 꽃밭 아래에 앉아 그 꽃을 꺾어다가 인형놀이를 하였다. 누가 가르쳐 준적도 없는데 혼자서 1인2역,1인3역을 하며 놀았다.아이에게는 꽃이 장난감이었고 친구였다.그 시절 뿔인형,종이인형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보다 꽃으로 놀았던 기억이 더 크게 남아있다. 많이 봐와서 흔하게 여겼던 접시꽃이 이제는 나의 발길을 잡는다.마음은 분명 편안한데 많이 그립다.내게 접시꽃은 …아련함이고 그리움이고 할머니다.그렇게 나는 꽃과 함께 자랐다.
꽃을 좋아는 했지만 꽃을 만지는 직업을 가지게 될줄은 몰랐다. 첫 아이를 낳고 취미로 시작했던 아로마제품 만들기가 직업이 되었다. 비누에도 꽃과 향이 들어가고 ,캔들에도 꽃과 향이 들어간다. 그렇게 간간히 꽃을 만져왔는데 얼마전부터는 공방과 꽃집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힘든 코로나 시기라 크게 변화는 주지 못하고 꽃냉장고 하나 들여 놓았다. 그리고 몇 개월간 왕복 200km를 오고가며 꽃을 배웠다. 십여년 만에 또다른 직업을 찾아 움직이니 몸도 마음도 부담이 컸다. 좋아하고,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가슴은 뛰었지만 마음 한켠은 갑갑하니 무거웠다.그 마음은 두려움이 아니었나 싶다. 이 힘든 시기에 꽃집이라니…하지만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무엇이든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서툴고 힘들어도 과정이니까. 그렇게 나를 다독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그러다가도 예쁜 꽃이라도 보게되면 첫눈에 반한것마냥 입고리가 올라간다.
지나는 길에 아무렇게나 핀 꽃을 보아도,꽃냉장고에 가지런히 담겨져있는 꽃을 보아도,곱게 말린 꽃을 넣어 만든 꽃캔들을 보아도,나의 눈은 착해지고 입 근육이 사랑스러워를 외친다.
한번씩 마음이 앞서고,뜻대로 되지 않을때가 있다.그럴때마다 꽃을 보듯이 천천히 나를 봐줘야겠다.
예뿌게 사랑스러운 눈으로 꽃이 나를 바라보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