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정착

이사를 했다

진주와 사천에서의 반복된 이사는… 이사 업체 사장님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인건비도 많이 올랐는데 이제 이사 그만하시고 정착 하시지요.” 이윤을 목적으로 견적 보러 오신 사장님의 말씀에 남편과 함께 웃으며 만족스런 견적비용을 받았다. 나에게 이사란 이삿짐센터에서 옮겨 주면 장소만 바뀌는 생활이었으니 잦은 이사지만 부담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흔히 말하는 내가 정리해야 하는 부담스런 이사가 되었다. 평수가 좁아져 방과 수납공간이 줄다보니 편하게 쌓을 수 있는 공간 하나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12월 12일 시작으로 아직도 진행 중이며, 정리하는 과정이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 온 내 삶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많은 힘듦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나의 능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이런 것을 ‘전화위복’이라 하는 것 같다.

 

 

 

옷에 대한 미련이

아니!! 집착이 맞을 것 같다. “이 옷은 이런 추억이 있으니, 저 옷은 그 날 입어야 하니, 그 옷은 정말 비싼 옷인데…” 수많은 이유들을 내가 만들며 맞다 인정하니 남편의 조언은 그 좁은 틈새를 들어 올 수 없었다. “2년 동안 입지 않은 옷은 버려라”라고 말하는 남편이 오히려 밉고 서운하기까지 했다. 신발이며 가방도 마찬가지였다. 그 땐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늘 입을 옷이 없었다. “작년엔 뭘 입었었지?” 도대체 기억이 나질 않은 것도 한 몫 하고 있었다. 거기다 옷을 찾다 생각지도 못한 옷을 발견하면 마치 새로 산 옷처럼 반갑고 기분이 좋았었다. 이렇듯 많은 옷들이 주는 장점들을 생각하며 즐겁게 옷들과 함께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많은 옷들과 신발, 가방이 보였다. 힘듦과 노력으로 정리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공간에 맞춰야 한다는, 무심히 던진 사장님의 말씀이 농담으로 웃고 넘길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정착하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정착’이란 단어를 찾아보았다. ‘사람이 한 곳에 자리를 정해서 머물러 삶’ 공간 속에서 신체적인 정착임과 동시에 정서적인 머무름도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신기한 일이다.

좁은 공간에 이래저래 가구와 물건을 찾아 넣으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꼬오옥 맞는 것이다. 물론 줄자는 필수품이며 내 생각을 도와주었다. 이런 짜릿함과 가벼움을 얘기하면 주위에선 말한다. “이제사 느끼냐고…” 옷과 신발, 가방을 버릴 때도 마찬가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리하고 있는 나. 상담실이며 분리세대인 아들 방까지 함께 하고 있다. 마음을 내니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이것을 자신감이라 부르고 싶다.

 

생각해 보니

요즘 명상과 절을 하며 사경도 한다.

집중하는 시간들이 조금씩 늘어나며 내 속의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있다. 그럴 때 마다 이러고 있는 나를 살포시 안아준다. 얼마나 따뜻하고 기분 좋은지…

7권의 ‘법화경’사경 마무리 축하 케잌

며칠 전 7권의 ‘법화경’사경을 마무리 하고 케잌을 사 축하를 했다. 나에겐 큰 성취감과 자신감을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연륜이 쌓이고 삶이 깊어질수록 이렇게 조금씩 성장이라는 여유로운 정착을 하는가 보다. 지금의 내가 참 좋다. 노랫말 가사가 생각나는 밤이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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