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 밤바다

그날의 바람은 평생에 처음이었다.
타피오카 전분으로 만든 페이퍼 월남쌈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바람, 휘둥그레진 파도와 조화가 되는 참 담백한 맛을 느끼게 했다.

고흥반도 녹동항에서 소록도 한센박물관으로 향하는데 세찬 바람은 슬픈 역사를 날려 보내려는 듯 서럽게 더 몰아 부쳤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한 여러 개의 다리를 건너서 여수로 달려오니 여전히 잠재우지 못한 바람은 도시를 가득 채우고, 딸기모찌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늘어선 줄이 꽤 길었다.

여수 밤바다는 잘 단장한 유람선이 빛을 발하고 화려한 조명이 기분을 바꾸어 주었다.
화려함이 기분을 더해 주고 아름다운 야경이 예쁘게 눈을 자극하지만 어쨌든 그랬다.

화려한 밤바다도 아름답지만 소박하고 잔잔한 삼천포 밤바다의 풍경도 정말 아름답다. 오랜만에 남일대 해수욕장으로 밤마실을 나갔다.

신라 말엽의 학자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이 이곳의 맑고 푸른 바다와 해안의 백사장 및 주변의 절경에 감탄하여 남일대라 명명한 해수욕장에는 뜨거운 여름이 되면 뜨거운 사람들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조금은 차가운 날씨지만 아름다운 야경은 정말 감탄이 나온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포근하게 느껴지는 남일대해수욕장의 은은한 불빛은 비밀한 고민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다.

새벽, 낮시간에는 매일 열리는 축제처럼 왁자지껄한 동, 서동쪽 어판장 바닷가, 소리의 여운만 베여 있을 뿐 지금은 조용하다. 분주하고 바빴던 만큼 야경은 속살을 드러내어 자랑하듯 빛을 발한다.
청널공원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새로운 행성에 온 듯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다.

 

대교다리에 조명이 켜지고 건너편 사천아이와 아쿠아리움의 색깔이 은은하여 향수를 자극하고 그러다 보니 경건해지는 것 같아 감사하게 된다.
더욱이 내 마음도 반짝인다.

 

멀리 사천대교 불빛의 아름다움과 청널문화오름에서 바라보는 삼천포 앞바다는 방황하다가 꼭 돌아와야만 하는 아니, 보물을 찾기 위해 도착한 곳인 듯 신비하고 편안하게 빛을 발한다.
실안노을 카페거리, 용현 무지개 거북선 마을, 아기자기한 섬들이 뿜어내는 불빛, 통창공원에서 바라보는 매립지의 울긋불긋한 불빛, 꿈을 보류한 채 잠시 머무는 곳 목섬, 등은 다시 한번 사랑에 빠져버리고 싶은 영화의 장면이 된다.

잠시 숨을 고르며 노산공원, 망산공원의 벛꽃속으로 들어가 본다.

삼천포 밤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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