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의 맛 – 텀벙 빠지고 싶은 맛의 요물, 아구

사천의 맛 – 텀벙 빠지고 싶은 맛의 요물, 아구

한 달 한 번 맛을 찾는 미식가들이 이번에는 아구집에 모였다. 아침부터 설렜다는 풍류객도 있고
미리 와서 밑 안주 삼아 벌써 한 병을 비운 애주가도 있다. 흔한 식재료고 사천의 명물인지라
자리만 있다면 바로 주문이 가능한 음식이 아구다. 그런데 총무는 며칠 전부터 예약하느라
수고스러웠고 방금 전까지도 없다던 아구간을 극적으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고 너스레를 떤다.

 

오늘은 아구 수육과 대창이다. 간까지 합세했으니 냉장고 소주병 계 타는 날이다. 기실 아구찜으로
대변되는 아구는 잘 삶아앤 대창과 간 등 내장수육으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독점하고 있다. 수요가
많다보니 그닥 풍족하지 않은 내장은 늘 귀한 대접을 받는다. 담백하고 쫄깃한 수육은 마치 봄도다리
살점이나 갓 따 온 천리향의 알맹이처럼 톡톡 터지듯 씹히는 식감이 으뜸인지라 미식가들의
호사스러운 입맛을 충족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거기에 소주한잔 여유롭게 곁들일수 있다면
예약의 수고쯤은 애교다. 톡톡 씹히는 식감에 잠든 세포들이 기지개를 켠다.

 

매콤하고 쫄깃한 심해의 맛 제대로 우려낸
사천 삼천포의 명품 먹거리 아구찜과 수육
송글송글 땀방울에 막걸리 한잔 곁들이면
희노애락 인생사 텀벙텀벙 풀리는 요술덩이

 

우선 아구는 찜으로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다. 빨갛게 물오른 비쥬얼은 비교 불가의 정열적 음식이다.
맑고 담백한 수육과 달리 콩나물 더미에 미더덕과 미나리가 뒤섞여 아삭하면서도 얼큰한 맛의
묘미를 제공한다. 거기에다 쫄깃하고 짭조름한 아구를 간간이 뜯어먹는 식감 또한 별미다.
어느새 송글송글 맺혀오는 땀방울이 짜릿한 쾌감을 안겨준다.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면
맛의 격조가 한결 높아진다. 쪽쪽 발라먹는 아구 얼굴살도 찰진 게 어느것 하나 버릴게 없는
완전 식품이다. 아구의 변신은 그대서 유죄다. 왜냐하면 맛의 풍기문란자이기 때문이다.

 

쓸모 없이 그물에 걸렸다고 바다에 버려진 아구는 텀벙텀벙 물소리 내며 돌아갔다고 물텀벙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기괴한 몰골에 앙증맞은 눈을 가진 아구는 심해를 떠나 어쩌다가 인간서계까지
잡혀와 사람들의 입맛을 현혹하는지 그 공로를 헤아려 감사패를 주어야 할 것 같다. 마산을 중심으로
남해안에서 명성을 날린 경상도 아구는 아귀라는 본명도 버린 채 주체적인 맛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뼈대있는 어류다. 어느 부위하나 버릴게 없이 밥상을 채우는 아구는 우리고장
삼천포에서도 당당히 명품 반열에 올라 섰다.

 

맑은 아구탕은 해장으로도 으뜸이다. 콜라겐과 비타민이 풍부해 피부와 시력회복에 좋은 음식이며
특히 아구 간에는 철과 인 성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 빈혈에도 안성맞춤이라니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는 최애 음식임에 틀림없다. 노포들이 성업중인 아구 골목에 들어서면
아직도 큼직한 웍을 흔들며 수십년간 대대로 매콤한 맛을 우려내고 있다. 알싸한 땀과 맞바꾼 저녁.
골목을 나서니 심해의 응축된 진미가 텀벙텀벙 물소리 내며 따라오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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