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의 길&숲] 코끼리 타고 떠나는 사천-千年海路

걷길, 보길, 쉬길
[사천의 길&] 코끼리 타고 떠나는 사천千年海路
사진 이용호

 

 

고운이 반해버린 사주 千年海路

고운(최치원의 호)선생 옆에 앉아 한담을 나눈다. 천축국(인도)에서 온 코끼리 한 마리가 긴 코를 바다에 맡긴 채 이국의 호기심을 충전하고 있다. 파도와 햇살과 별빛들이 모여앉아 예쁜 별나라 은빛 정원을 꾸미고 있는 곳. 세상 어디에도 없는 보석 같은 이 해변에 홀려 어쩌면 생을 맡겨야 할지도 모른다며 농을 던지시는 선생은 마침내 그 황홀경에 보답이라도 하듯 영롱한 이름 하나 선물하고 홀연히 떠나셨다. 지구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정원 남일대(南逸臺)다.

 

옥빛 바다와 은모래가 아름다운 남일대 해수욕장
남일대 해수욕장의 랜드마크 코끼리바위

지구별 최고의 비밀정원남일대

남일대는 사천의 랜드마크이자 항공우주를 겸비한 사천의 이미지를 승화시키는 메카다. 미지의 우주체가 내려앉은 듯 용궁과 천상을 잇는 마력의 공간이다. 은빛 모래와 옥색 물빛은 마치 신의 정원인냥 신비감을 더해준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햇살에 은빛으로 도금되는 해변 위로 태평양의 찰진 바람이 오롯이 모이는 남일대는 아직도 여름 밤 열정들이 꿈틀거린다. 활화산 같이 들끓는 사천의 꿈과 낭만이 살아 숨 쉬는 광장이다. 해안 데크를 따라 정박 중인 코끼리를 만날 수 있고 집라인 타고 황홀한 은빛정원을 가로지르는 희열도 빼놓을 수 없다. 조개구이의 고소함과 커피 한 잔의 진한 여유도 넉넉해서 좋고  찰랑거리는 해변을 거닐며 사랑을 속삭이는 추억 선물도 무한정 베풀어주는, 지구별 최고의 비밀정원 남일대다.

 

억겁의 세월이 조각해 놓은 신향해안의 기암

바다 오케스트라 연주장신향해안

코끼리를 불러 타고 길을 떠난다. 은모래로 달콤한 빵을 만들어 싣고 향긋한 바닷물에 진한 커피 녹여 코끼리 코에 담은 채 신향 등대에 기대어 남일대를 바라본다. 포말 일렁이며 오가는 낚싯배 뒤로 요람 같은 남일대가 햇살에 반짝인다. 애장품처럼 아름답다. 대양으로 떠나는 전진기지 같은 신향마을은 활기차다. 용궁 이야기가 조곤조곤 들려올 것만 같다. 이 해변은 낚시인들의 아지트다. 억겁의 풍랑이 해안 곳곳에 아로새겨놓은 조각들이 명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건너편 코끼리가 불쑥 고래 몇 마리 잡아 긴 코를 공룡처럼 치켜세우고 포효할 것만 같다. 쥐라기 공원이 따로 없다. 오솔길처럼 예쁘게 꾸며놓은 산책로를 따라 진널전망대로 향한다. 찰랑거리는 은파가 피아노 선율처럼 경쾌하다. 뾰족하거나 편평하게 자란 바위들이 마치 오케스트라 단원들 같다. 시원하게 자란 노송이 짭조름한 바다를 닮았는지 노련한 지휘자처럼 하늘거린다. 청량한 숲이 모여 대강당을 가득 채운 신향해안을 따라 격조 높은 연주 한 자락 귀에 담고 살가운 모퉁이를 돌아 전망대로 오른다.

 

바닷길이 열려 있는 진널전망대
요새처럼 신비감을 더해주는 진널해안 갯바위

용궁이 드나드는 바다 숲진널전망대

바다가 놀러와 있다. 파란 용궁이 스멀스멀 파도를 타며 함께 오른다. 계단에 그려놓은 그림들이 마치 바다 속을 거니는 듯 청량감을 안겨준다. 시원한 바람이 등을 떠민다. 행성이 내려앉은 듯 요술같은 전망대가 문을 열어준다. 벽면마다 주옥같은 시어들이 옹기종기 눈인사를 건넨다. 호기심 가득안고 전망대에 올라서니 사위가 시원하게 안겨온다. 남으로 신수도가 신수 좋은 양반처럼 사천의 해양 길목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서쪽으로 목섬 너머 창선-삼천포대교까지 한 폭의 명화가 전시중이다. 그 뒤로 각산과 망산 그리고 노산까지 견고한 동맥들이 사천의 길과 숲과 사람들의 일상을 정겹게 엮어주고 있다.

 

삼천포-제주를 잇는 오션비스타 카페리

사천의 길과 숲과 이야기 전하는 효자오션비스타

코끼리길로 명명된 이 코스는 남일대에서 출발해 진널전망대를 거쳐 신항과 팔포를 품은 채 사천의 수산 동맥을 짊어지고 대방 굴항과 군영 숲에서 여정을 마감하는 약 11Km의 걷기 좋은 사천길이다. 걷고 보며 쉬며 사천의 오붓한 길과 질펀한 이야기와 짭조름한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용궁 바다숲길이다. 이곳은 또한 탐라로 떠나는 뱃길로 이어져 있다. 신항에는 카페리선 오션비스타가 사천 이야기를 엮어 나르고 있다. 사천의 길과 숲이 무한의 대양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약900여명과 300여대의 승용차를 탑재하는 오션비스타호는 일주일 내내 사천과 제주를 오가며 경제와 문화와 역사를 판매하는 효자 세일즈맨이다.

 

만선을 꿈꾸는 사천신항

매향 소망 이어가는 풍패지향사천 신항

오묘하게도 신향 뒷산에는 매향이 묻혀 있다. 왜구의 잦은 침입과 민중들의 궁핍한 삶이 극에 달했을 때 미륵 세상에 대한 염원은 간절했을 것이다. 향나무를 갯벌에 묻고 침향으로 떠 오른 향을 구세주로 신봉했던 민초들의 소원이 사천에서 발원했다는 것은 풍패지향의 역사와도 그 맥을 같이한다. 매향을 실은물줄기는 신항 앞바다를 적시고 너른 팔포 갯벌을 옥토로 가꾸었다. 지금은 그 침향길을 따라 물산들이 오가고 길과 숲은 더 넉넉해졌으니 숙성된 역사의 숭고함이 촉촉하게 스며온다. 올망졸망 어깨를 비비는 뱃소리도 이웃처럼 정겹다. 국제항으로 면모를 갖춘 신항은 이제 분주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만선의 고동도 두터워질 것이다.

 

팔포 갯벌을 키워온 목섬

팔포 갯벌 숲 키워낸 목숨 같은 친구목섬

신항로를 따라 목섬이 보이는 통창공원에 앉아 은모래 빵과 바다커피 한잔 나누며 여독을 푼다. 해달이 휘젓고 다니는 정박장 건너 목섬이 목숨처럼 의젓하게 서 있다. 온 몸으로 격랑을 막으며 민초들의 텃밭을 살뜰히 보살펴온 목섬은 지금도 사천사람들의 이웃으로 살고 있다. 이 너른 갯벌에서 사람들은 밤낮없이 조개를 캐고 뱃전을 다듬으며 가족을 건사하고 아이들을 키웠다. 그게 살 길이었고 살아가야할 숲이었다. 그 애환을 알기에 팔포는 한내천을 품어 주었고 제 살을 파 물길을 열고 먼 바다 생명들을 쉼 없이 갯벌 숲에 이식시켰을 것이다. 이 광경을 다 보았을 목섬은 기꺼이 목숨이 되어주었고 팔포는 사천의 맛과 멋이 농익은 숲이 되었다. 천년 묵은 코끼리는 여정이 고프다. 젊어진다는 십년다리를 건너 코끼리를 다독인다. 오색불빛이 영롱하게 반짝인다. 팔포길 따라 사천의 맛이 꿈틀거린다. 활어의 유혹이 융숭한 숲으로 뛰어든다. 오늘은 이 숲에서 묵어야겠다.

사천코끼리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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