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왜 까매요? 파랗잖아요.”그는 손으로 창밖을 가리켰다.”지금 하늘은 어때?”날씨가 흐려 하늘이 잿빛 구름으로 가득했다. “지금은 회색이죠. 하지만 저 구름 뒤에는 파란 하늘이 있잖아요.””그 파란 하늘 위에는 뭐가 있을까?”그렇구나. 파란 하늘 너머에는 검고 광막한 우주가 있겠구나.김영하 <작별인사> 중 천지현황을 설명하는 글귀이다. 책을 읽으며 검정색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광막한 우주의 색이며 모든 색의 총합인 색, 검정색.
20대 젊은 시절에는 검정색 옷이 대부분이었다. 머리도 검은색, 안경태도 검은색, 신발도 검은색. 까마귀 같기도 하고 저승사자 같기도 한 채로 세상 불운을 다 짊어진 듯 얼굴색까지 검을 정도로 인상을 쓰고 살았던 것 같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내 나름대로는 검은색으로 표현하는 블랙홀에 빠져 있었다. 남들의 관심과 조언도 블랙홀에 쏘옥~, 나의 장점도 블랙홀에 쏘오옥~~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주변으로 시선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내 아이의 친구인 다른 아이들과 더불어 즐겁게 지내기 위해 어떤 세상이 되면 좋을지 엄마들과 고민하고 실천하는 삶이 기뻤다. 살아왔던 경험과 표현의 차이로 상대방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부딪히다보니 배워가는 것이 생겼다.
“넌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라고 비난과 질책에서 “네가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여유로움이 늘어났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려고 할수록 힘은 커졌다. 그 힘들은 나를 채워주면서 화이트홀처럼 새로움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넌 이런 사람이었어?”라는 말을 수시로 들어가면서 변해가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단조로웠던 옷장은 색색의 옷들로 바뀌었다. 그날의 기분을 표현하는 옷을 입어가면서 나를 좀더 선명하게 표현하고 싶어졌다. 남들과 비교하는 게 아니라 나로 좋은 나.
좀 더 다양한 나를 내가 만나는 즐거움.
미술 시간에 물감놀이처럼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된다. 나는 각각의 색이자 모든 색이고 싶다.
오늘의 색은 보라색이다.
금요일 마다하는 색연필화 수업을 마치고 수양공원으로 산책을 가서 만난 맥문동. 가만히 쳐다보니 귀여운 꽃망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보라색꽃망울 속에 노란색. 모호한 보라색 속에 노란색이 따뜻하고 건강해보인다.
파란색과 빨간색을 5:5로 섞으면 보라색이 된다.
차갑고 뜨거움을 반반쯤 갖고 있다. 누군가에겐 차갑게 보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지나침으로 보일수도 있을 나의 모습을 그저 꽃처럼 피워낸다.
보는 누군가가 아름답다고 해줘서 아름답듯 내 스스로가 일단~~은 수고하고 있다고 응원하면서~^^
*사진 설명
-사진은 박수정 님이 찍어 주셨다.
지금 수양공원은 맥문동이 한창 피기 시작했다. 주변을 정리한 수양공원산책도 하시고 맥문동의 보라색도 즐기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