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 전 엄마와 딸들의 1박 2일에서 돌아오며 풋마늘, 곰피 장아찌에 대하여 이야기 하다가 텃밭에 있는 풋마늘이 때를 놓치지 않도록 하자는 의논을 했었다.
자연은 어떤 무엇의 관여에도 결코 때를 놓치지 않음을 오래 보아왔었다.
가령 겨울 무를 아무리 보관을 잘 한다 하여도 무르거나 또는 꽃을 피워 올리는 일이라든가, 양파는 제 몸을 무르게 하며 그것으로 새싹을 피워 올리며 봄을 이야기 하는 등, 어제 가지고 온 풋마늘은 보름 사이에도 자신이 풋마늘의 역할을 잊은 채 뿌리 부분을 동그랗게 키우려 하고 있었고, 키를 자랑하듯 쪽파는 봄볕을 가득 머금으며 뿌리부분을 살짝 부풀리고 있었다.
삼천포 바닷가에 나가면 미역이며, 톳, 다시마 등등 해조류가 가득할 것은 직접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한 아침시장 광경일 것이다.
예전 같지 않게 부지런히 발품을 팔거나 사방 천지로 나다니는 것이 이젠 자연이 말하는 봄 기운 알아차림과 같이 나 역시 자연이 되어가는 듯 줄여가며 조심스러운 걸음이 되어가고 있다.
배송 받은 염장 곰피(봉지의 표기에는 : 염장 쇠미역) 5킬로와 봄을 지나고 있는 풋마늘과 쪽파, 그리고 지인이 전해준 남해의 톳(손질하여 냉동보관)을 함께 넣어 장아찌를 담갔다.
넓은 곰피는 세로줄을 따라 적당은 크기로 나눴고, 톳은 그대로 넣었고, 쪽파 역시 그대로 넣었다. 풋마늘은 3등분 하여 뿌리 쪽은 세로로 칼집을 넣고 중간은 손가락 두어마디 정도 그리고 마늘잎은 다시 2등분하여 장아찌용과 볶음용을 분리하였다.
커다란 통에 넣고 약간 미지근하게 조금은 따뜻한 정도로 물을 만들어 부었더니 장이 제법 맛났다.
자투리 마늘잎을 보다가 엄마 생각이 났다.
3월이면 새 학기를 시작하고 초등학생 4명이 학교를 다녔다.
6학년 오빠 그다음 4학년인 나, 그리고 2학년과 1학년 동생, 미취학 동생이 둘이나 더 있었던 시기다.
그 당시에는 풋마늘이라 함은 마늘밭에서 여리고 작고 잘 자리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것과, 어쩌다가 간격 좁게 놓아진 그리하여 다른 마늘들이 잘 자라게 솎아 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것도 집에서 반찬으로 구경하기보다는 할머니의 새벽시장 거래용으로 준비되곤 하였다.
그러니 엄마가 우리들에게 해 줄 수 있었던 마늘잎조림은, 마늘 밭에서 튼실하고 두툼하게 보이는 마늘잎을 솎아 몽고간장(그 당시 진간장이라 불리기보다는 통칭으로 ‘몽고간장’ 이렇게 불렀었다. 간장에 밥을 비비면 달고 맛있었다.) 물엿, 설탕을 넣어 졸이면 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며 불 조절에 신경 써야 했으며, 조려진 그것은 마늘잎이라기보다는 고기 맛이 나는 식감 좋은 찬거리, 도시락 반찬이었다.
아침 식탁에 옛 맛이 그리워 해 놓고 보니 시간을 덜 들여서 그런지 잘 되지 않았다. 예전과는 다르게 표고도 넣어보고 깐 새우도 넣었더니 도통 그 맛이 아니다.
잠시 엄마표가 그리운 시간이 되어버렸다.
여섯 아이의 먹 거리가 그리 수월한 시간은 아니었으리라.
인천을 다녀온 남편이 ‘청라지구’에서 며칠 일을 하고 왔다.
순간 내 뇌리에서 나온 노래구절
‘~청라 언덕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나리 꽃향기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친구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청라 언덕위에 백합은 있던가요?”
그런 것은 없더란다 정확한 지명과 그 지명이 가지고 있는 그곳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 어릴 적 엄마가 우리들에게 불러 주었던 노래이다.
그때도 지금도 우리 엄마는 노래를 좋아 하신다.
길을 나서면 늘 뒷좌석에서 엄마의 노래 소리를 들었다. 아는 것은 같이 부르기도 하고 모르는 것은 가만 가만 가사를 음미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침, 마늘잎 따라 들어간 옛 기억에서 잔잔히 그려지는 나의 어린 날의 뒤 터와 마늘밭 와글와글 식구들 아침 도시락 반찬 넓고 붉던 흙 마당, 겨울에 김이 폴폴 오르던 우물, 그리고 빼곡했던 이슬 머금은 돌이끼, 우물 안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주황색 고리달린 김칫독, 장마철엔 빗물이 가득 차버리던 부엌, 삐걱거리던 아래 채, 약간 내려앉은 기와에 자리 잡았던 잡초 몇몇 비단까리 담장에 가득했던 이끼들, 그리고 지나간 나의 유년시절 그 속에 서 있는 나의 젊은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