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늘상 듣는 소리가 “이 털팔이야~ 그리 성격이 급해서 우짜겠노~~ 쯔쯧…”이었다.
사실 우리 집에서 아빠가 제일 성격이 급하고 그 유전인자를 내가 다 물려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랑 같이 밥을 먹다 보면 나보다 빨리 밥을 먹는 사람은 엄마였다.
살면서 성격 급하다는 소리를 몇 번 듣긴 했으나 살아가는 데 크게 지장이 있지는 않았으니 별문제는 없는 걸로~~
그런 성격 급한(?) 내가 취미와 생업으로 택한 것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섬세하고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이었으니…
내가 요즘 밥벌이로 하는 색연필화는 한 올 한 올 수천 번의 색을 올려서 그리는 세밀화이다. 그러다 보니 작은 그림 한 장 완성하는데 최소 한두 달은 족히 걸리는데 성격 급한 내가 하고 있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얼마 전에 수강생 한 분이 자꾸 급하게 선을 긋는 바람에 그림이 자꾸만 산으로 가는 거였다. 그림에서도 성격이 나타나는 듯해 내 생각이 나서 자꾸 웃음이 났다.
연습하면 될 일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또 취미 겸 부업으로도 베이킹을 하는데 그중에서 나의 주식 빵인 천연발효 빵 굽기는 효모종 만드는 일주일을 빼고도 꼬박 이틀이 걸리는 아주 느림보 빵이다.

발효종을 만들고 반죽을 해놓으면, 미생물인 밀 효모가 공기와 물을 만나 그 자신을 분해하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이 하는 일이고 시간의 힘으로 빚어지니 몇 날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이렇게 태어난 효모가 신선한 밀을 만나 빠른 속도로 밀의 조직을 부풀리고 향기를 내뿜으며 마침내 불을 통과하여 천연발효 빵이 만들어진다.
천천히 만들어지는 빵,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들의 식습관에 쉼표 같은 작용을 하면 좋겠다.
물론 나처럼 빵을 좋아한다면 말이다~
이처럼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일들의 결과물들은 아름답고도 향기로움을 선사한다.
빠름빠름을 넘어 언빌리버블의 세대에 조금만 더 천천히 발효의 시간을 기다리고 세밀하게 관찰하다 보면 느림의 미학을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