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어오면 따끈한 호빵도 생각이 나지만 길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치는 붕어빵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삼천포 바닷가에 물고기가 지천이라지만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주전부리가 바로 어묵과 붕어빵이다. 팥이 들어간 붕어빵도 있고 슈크림을 넣은 황금잉어빵도 있다. 노란 반죽을 넣고 팥과 슈크림을 넣어 돌려가면서 구워가는 동안 옆에 있는 어묵을 간장에 찍어 먹으면서 종이컵에 국물을 마시면 행복이 별거 아니게 된다.
용돈이 빠꼼하던 학생 시절, 길거리 어묵과 붕어빵은 친구들과 나눠 먹는 겨울 간식으로 최고였다. 천 원에 3개인 붕어빵을 친구 셋이 기다리고 있으면 이모님은 어묵 국물을 흔쾌히 주신다. 학교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차가웠던 손도 속도 뜨끈하니 헤어져 혼자 돌아갈 길이 쓸쓸하지 않았다.
조금은 쌀쌀한 오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늘 기다리는 사람으로 만원인 붕어빵 집이 있다. 어묵도 팔고 잉어빵과 붕어빵을 파는 그곳은 퇴근 시간은 늘 만원이다. 5가족을 먹이기 위해 만 원어치를 살려고 하면 2~30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내 차례가 된다. 어묵 5천 원, 잉어빵 3천 원, 붕어빵 2천 원, 만 원의 행복을 가족들이 함께 나누기엔 그 시간은 참을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어김없이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본다.
“어머님은 여전하시네요. 피부가 고우세요.”
“뭔 소리고 할머니다. 손주도 없는데 요 오는 야들이 내를 할머니라고 불러싸네. 자기들이 부르기 좋아서 부르지만 내가 할머니는 아닌데 말이야.”
“어머나 속상하시겠어요. 어머님이라고는 불러도 괜찮으세요?”
“아이고 그 소리야 맨날 들으니 괜찮은데 손주도 없는데 할머니라 카니 하는 소리지.”
“맞지요. 각자 편한 대로 부르니 그렇게 되네요. 몸은 건강하시구요?”
“좀 아파도 우야긋노, 내가 잘하는 일 하는 거지.”
“넹~ 여기 어묵이랑 잉어빵을 저희 애들이 젤 좋아해요~”

그렇게 가족이나 건강 이야기를 하면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잉어빵과 붕어빵을 기다린다.

길거리 음식은 묘한 느낌이 있다. 가족과 함께 먹으려고 기다리면 그것대로 행복하고 혼자서 먹을 때도 마냥 외롭지는 않다. 음식을 만드는 분을 직접 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혼자여도 든든한 기분이 된다. 어묵과 붕어빵을 먹다 보면 허기졌던 배와 함께 마음이 따뜻해져서일까.
두 손 가득 만 원의 행복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이 환하게 맞이해줄 아이들 얼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