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집 근처에 국숫집이 새로 생겼다. 경남상가에 있는 서가네 국수집이다. 면요리는 쫄면이나 냉면처럼 쫄깃한 것만 찾아 먹었는데, 이 집 물국수를 맛본 뒤론 종종 국수를 먹으러 간다. 아삭한 식감이 좋은 오이가 많고 깔끔한 국물이 변해가는 내 입맛에 딱 맞았나 보다.
조금은 슴슴한 간으로 나오는 국수를 국수 양념도 넣지 않고 면 한 젓가락 먹고 국물 마시고를 그릇이 빌 때 까지 계속한다. 포만감과 함께 찾아오는 행복한 느낌이 참 좋은 물국수다. 그런데 가끔은 비빔국수도 먹고 싶다. 매워 보이는 양념이 부담스러워 한 그릇은 시키질 못했지만, 메뉴판의 반반국수 글자가 눈에 띄어 주문을 해 본다.
그렇게 짧다면 짧은 나의 고민을 해결해준 반반국수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우리 삶 속의 많은 일들은 크게 보면 ‘이것?’ 아니면 ‘저것?’을 고르는 선택의 고민이다. 그런 삶의 고민을 이 반반국수처럼 “난 둘 다” 라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깐의 고민을 뒤로하고 젓가락을 들었다. 역시나, 비빔국수는 많이 매웠다. 조금 남기고 나오니 사장님이 그걸 보시고 물어보신다. ‘너무 매워서 저는 물국수만 먹어야 겠습니다.’라고 말씀 드리니, ‘조금 넣는다고 넣었는데 남해 마늘이라 매운맛이 많이 난다.’ 하신다.

2. 나는 사진을 찍는다. 내가 찍는 사진은 주로 풍경과 건축인테리어 사진이다. 인물은 가족사진이 전부다. 사진을 내가 찍으니 가족 사진에는 항상 내가 없다. 집안 곳곳엔 아이와 아내가 있는 사진만 잔뜩이다.
블로그에 쓰려고 종종 식당에서 식사 전에 사진을 찍는다. 그걸 보던 아이가 이제는 자기가 더 잘 찍는다며 내 핸드폰을 가져간다. 제법 구도도 반듯하고 사진이 선명하니 참 맘에 든다. 아니 삐뚤어지고 흔들려서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찍어준 사진은 항상 맘에 든다. 나를 담아 주는 사람이 있어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