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에서 진행하는 노거수탐방기행에 참여하고 있다. 한 달에 1번 사천에 있는 노거수를 찾아보고 나무와 동네 이야기를 들으며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많다. 지난 6월에는 용현면 신복마을과 박연묵교육박물관 뒤에 소나무를 찾았다.
용현면 신복마을은 삼천포와 사천읍을 오고가며 슬쩍 본 적이 있었는데 박연묵교육박물관은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신문에서 박연묵 선생님을 인터뷰한 글을 심심찮게 본적은 있지만 관심을 갖고 찾아가 볼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올해 초 지인의 sns에서 목련꽃 사진이 에쁘게 올라온 것을 보고 한번은 가봐야지 했던 곳이었다.
지금이야 아파트에서 살지만 어린 시절 주택에서 살면서 아버지가 마당에 심었던 꽃나무와 비슷하구나 싶었다.
다른 이의 집을 방문할 때, 살림살이보다는 주변에 눈요깃거리에 관심이 많다. 무엇으로 먹고 사는게 아니라 무엇을 보며 즐거워하는지를 보는 편이다.
집을 들어가고 나설 때 마주하는 것들.
교육박물관이 아니라 오래된 정원으로 입장이었다. 사진에서 봤던 목련꽃은 지고 잎이 무성해지고 대신 곳곳에 치자꽃이 피어 향이 높이 퍼졌다. 한 명씩 줄을 서서 들어가야 되는 좁은 입구를 걸으며 연신 호기심에 고개를 빼들었다. 너른 마당을 두고 4~5채의 집이 보였다. 선생님이 묵고 있는 큰집과 예전에는 사랑방과 마굿간으로 썼을 곳이 각자의 이름을 달고 있었다. “교사시절의 집”.“제자들의 집” 등 10여 개의 전시관이 있지만 안은 들어가지 않았다. 이름을 확인하고 그 이름에 어울리는 상상을 더해 보았을 뿐이다. 시선은 온통 입구에 집중되었다. 처마에 걸려있는 작년에 수확한 옥수수와 마늘이 곱게 말라 있었다. 바닥에 놓아둔 쥐덫은 비어있어서 살짝 마음이 놓였지만 궁금하기는 했다. 정말 저기로 쥐가 들어가서 잡힐 수 있단 말인가. 곳곳에 놓인 식량들을 위해 쥐들이 나름 전투를 감행했으리라.
<처마에 걸린 옥수수, 마늘. 비어있는 쥐덫>
시간이 많다면 정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보내고 싶은 공간이었다. 마당 끝, 집채만한 접시꽃이 지키고 있는 추억의 집을 건너면 이웃 밭들로 연결이 된다. 밭에는 여러 작물이 자라고 있다. 서로 알고 있는 채소 이름을 불러본다. 상추, 미나리, 부추, 고추 등등. 17년 배터랑 주부도 시골댁에겐 질 수밖에 없는 채소이름맞추기를 하며 의기양양 걷다보면 시원하게 드리운 소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피사의 사탑처럼 살짝 기울어져 있어서 걱정이 되었는데 막상 다가가서 보니 곧은 풍채가 600년을 거뜬히 버텨냈음을 알게 된다. 다아아몬드처럼 생긴 껍질이 아름답게 퍼즐로 맞춰진 곧은 줄기를 보자니 조상들이 왜 소나무를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름다운 소나무를 미송이라고 하여 세금을 낼 정도였다니 가치가 대단하다. 한참 감탄을 하며 나무를 보고 있는데 언덕 아래 텃밭에서 어르신 한 분이 등을 굽히고 밭일을 하고 계신다.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는 성실함이 닮아 보인다.
<보호수 소나무>
나무를 보고 돌아가는 길 다시 집을 헤매인다. 입구가 여럿이라 산으로 들로 마을로 연결되어 있다. 어디로든 발길을 맡겨서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교육박물관은 비행사가 어린왕자에게 그려준 상자 같았다. 나는 들여다 볼 뿐이지만 원하는대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좀 더 헤매이고 싶고 헤아리고 싶은 곳이다.
지난 날은 여럿이 같이가서 아쉬움이 남아 다시 찾아가 보았다. 지금은 블록스꽃이 정원 곳곳을 핑크빛으로 채우고 있었다. 윙윙~ 벌과 나비를 따라 꽃길을 걸어본다. 참깨꽃 향기까지 더해져서 아찔함이 코 끝에 머문다. 꽤 넓은 정원을 가꾸시는 어르신의 수고로움에 감사를 드리고 싶은데 마루에서 편히 낮잠을 주무시고 계신다. 이런….
“나비처럼 훨훨~ 조심조심~ 꽃 보고 꿀 같은 시간을 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블록스꽃이 한창인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