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면 곳곳에선 졸업식이 한창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졸업 문화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아이들만 졸업식을 진행하고 부모는 밖에서 기다린다. 그렇게 간단히 기념 촬영을 하기도 하고, 아예 온라인으로 졸업식이 진행되기도 한다.
간간이 들어오는 꽃 주문으로 이른 아침 출근을 한다.
다른 꽃집 사장님들에 비해 꽃을 만지는 시간이 곱으로 걸리기에 시간을 길게 잡고 움직인다.
이날은 유난히 춥다. 봄으로 넘어가는 이 무렵의 추위가 참 매섭다.
차에서 내리니 공방 뒤에서 생활하는 맹랑이라는 고양이가 보인다. 바람은 차지만 마른 가지 사이에 몸을 숨기고 앉아 있다. 녀석,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릴 잡았다.
고양이는 추위를 많이 타는 동물이라는데, 가실 생각을 안 하는 한파가 야속하다.
8년째 함께하고 있는 난로가 요 며칠 말썽이다.
문제가 될 법한 재료를 내렸는데 해외 배송이라 일주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물건을 주문하고 이렇게 애타게 기다려 보기도 처음이다.
벽에 걸려있는 냉온풍기는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춥다.
바로 밑에 앉아있으면 미지근한 바람이 나오는데 따뜻하게 몸을 데워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나 역시 스스로 따뜻해지는 법을 찾고 있다.
바지 두 장을 껴 입고, 내복을 찾아서 입는다. 가장 도톰한 양말을 꺼내 신고 목도리를 한다. 이렇게라도 하면 냉한 추위를 조금은 견딜 수 있다.
꽃을 만지다가 공방 뒷문을 열어 보니 맹랑이가 보이질 않는다.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고 있으려나?’
스스로 추위를 이겨내다 보니 고양이들의 겨울나기가 마음이 쓰인다.
꽃을 만지니 손끝 발끝이 시리다. 나중엔 시리다 못해 아리기까지 한다. 이럴 때 따뜻한 곳에 손을 갖다 대기라도 하면 바로 풀린 텐데…
바쁜 며칠이 지나고 디저트로 다발을 만들어 파는 언니분이 공방엘 들렀다.
나는 아이처럼 터들터들 거칠어진 손을 보이며 엄살 아닌 엄살을 피웠다.
근데 그 언니분의 손은 나보다 더 거칠다.
다른 해엔 졸업이면 주문이 넘쳐나 손등이 갈라질 정도였다고 한다. 평소 장갑도 끼지 않고 막 쓰던 나의 손은 그 손에 비할 수가 없었다.
손이 일한 만큼의 흔적을 남겨주는구나.
부드러운 손을 보면 늘 부러웠다. 근데 말이다. 이날은 언니의 손이 참 부러웠다.
그렇게 바쁜 며칠이 지나고 내게도 따뜻한 봄이 오려나보다.
‘택배가 도착하였습니다.’

해외 배송으로 2주만에 내게 온 난로 부속품. 이제 난로는 나를.. 나의 공간을 데워 줄 것이다. 맹랑이가 걱정이다. 공방 뒤의 맹랑이를 위해서라도 봄이 기다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