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김도숙
사천시 용현면에는 크고 작은 마을들이 많습니다. 선진, 연호, 신기, 통양, 신촌, 종포, 신복, 평기, 온정, 용정, 석계, 구월, 금구, 용치, 신송, 장송, 평송, 주문, 덕곡, 신평, 금문이라는 지명의 마을들입니다.
겨울, 한 줌 남은 햇볕을 쬐며 평송 마을길을 따라 나서 보았습니다. 안간힘으로 담벼락에 붙어 있는 마른 담쟁이덩굴이 보입니다. 삶에 대한 애착은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무릇 살아 있는 것은 죽음을 싫어하고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황토빛 담장과 굴뚝이 있는 정겨운 집을 지나 아직 남아 있는 돌담길도 보였습니다. 다 따지 않은 감나무의 감은 까치밥으로 남겨 둔 듯합니다. 아무래도 노령인구가 많은 마을이라 대문 앞에 놓여 있는 노인보행보조기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푸른 창을 가진 집과 푸른 집도 눈에 띄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마을길은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주었습니다. 느릿느릿 마을길 따라 동네 한 바퀴 걷다 보면 예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볼 수 있어 정겹습니다.


용현 덕곡에서 송지천을 따라 종포로 갑니다. 가을걷이를 다 끝낸 용현 들판엔 마시멜로 같은 볏집단이 늘려 있었습니다. 송지천에도 추위를 피해 날아 온 겨울 철새들이 하나 둘 모여 들고, 하천가에 무리지어 핀 갈대들의 서걱거리는 소리도 들릴 듯합니다.

종포 바다에 물이 빠진 시각, 속살을 드러낸 갯벌에서는 흑백의 수묵화가 그려집니다.
늘 그 자리에 덩그러니 떠 있는 푸른 배 한 척,
그리고 긴 기다림을 안고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린 진또배기(솟대)가 어우러져 새 희망을 노래합니다. 2022년 한 해 열심히 살았다는 위로의 말과 새로 시작된 2023년 새해를 힘차게 시작하라는 희망의 말을 건넵니다.


용현은 삼천포와 사전의 중간 지점으로 사천시청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가까이 다가가 볼수록 정이 가는 곳입니다. 또, 무지개 해안도로와 사천만을 품은 갯벌과 노을 품은 달이 있습니다.
송지천과 너른 들판 그리고 갯벌이 한 데 어우러져 있는 곳.
서포로 쭉 뻗은 사천대교와 섬들도 물그림자를 풀어내는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종포에 다다르면 신비롭고 내밀한 속삭임을 언제든 들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