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에서…
요즘 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아침 소리가 밝고 신난다. 귀가 후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하고도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 즐거움을 알아 버린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몇몇 학생들의 처진 모습과 어두운 표정이 산책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자기 몸통만 한 가방을 짊어진 모습에서 공부에 대한 어려움과 부담감이 들어온다. 왼쪽 가방끈이 흘러내리는 것을 오른손으로 끌어 올리며 급히 뛰어오는 학생의 얼굴에는 화가 가득하다. 늦게 일어나 엄마에게 야단맞고 나오는 모양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재잘거리며 걸어오는 아이는 마냥 행복해 보인다. 통학버스가 떠난 자리에서는 “낼 커피 한 잔 해요”라며 짧은 인사를 나누며 엄마들은 제각기 발걸음을 돌렸다. 순간 조용해져버린 그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났는지, 바닥의 블록들을 세고 있는 나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나온다. 숫자에 맞춰 고개까지 끄덕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열’ 까지 세고, 다시 ‘하나’로 시작하며 ‘네 번째’ 블록에서 멈춰 서 버렸다.
아~ 4년 전이었지!
그 엄마는… 그날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이 얼마나 많았는지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5살 남아. 그 엄마는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상담소를 찾아왔다.”며 죄인처럼 고개 떨군 채 말끝을 흐렸다. 유치원 담임선생님의 전화벨만 울려도 가슴이 뛰고 화가 올라온다고 한다. 내년에는 우리 아이와 같은 반이 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학부형들이 많다고 한다. 결국 참았던 눈물이 큰 통곡이 되었다. 아무 말도 잇지 못한 체 그 엄마의 두 손만 꼬옥 잡고 있던 나의 두 볼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얼마나 울었을까? 마침내 엄마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잘 놀고 있는 친구들을 방해하고, 수업시간에 고함치며 분위기를 흩트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씩 주먹을 휘두른다며 걱정 섞인 눈물을 또 흘렸다. “우리의 잦은 부부싸움이 원인 같다.”고 한다. 나는 대답 대신 휴지를 뽑아 접어서 엄마의 손에 올려놓았다.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 깊고 넓었기에 지금도 가슴이 아려온다. 조금의 침묵이 흘렀던 것 같았다. 예정된 마무리 시간이 다가오면서 빛나는 눈빛은 결심이었다. 입술의 떨림은 느꼈지만 그날은 더 이상의 눈물은 볼 수 없었다.
주1회 1시간
상담은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일주일 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아이 손을 잡고 상담소로 들어왔다. 아마 아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일주일 동안 연구한 듯했다. 어쩌면 일주일 전 그 많던 눈물이 한 움큼의 답답함을 녹여낸 것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먼저 아이부터 상담을 시작하였다. 마치면 엄마와 보충 상담을 하며 불안과 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결국 엄마가 무의식에 가둔 불안과 화를 느끼지 못하면 그건 고스란히 아이의 몫이 된다. 지금도 진행 중인 상담이 햇수로 4년이며 요즘은 2주에 1회로 엄마만 상담하는 중이다. 엄마는 오직 아이만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 부부 상담도 하고 엄마와 아빠 각 개인 상담을 하기도 했다. 회기를 거듭할수록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과 말의 색깔이 부드러워지고 있음을 느끼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친정엄마의 칭찬 속에 변화된 자신을 믿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입학 때 쯤 이전의 반복된 경험으로 큰 불안을 겪기도 했지만, 그것은 아픔을 넘어 더 단단해지는 기회가 되었다.

엄마의 용기
지금은 의젓하고 배려 잘하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표현도 할 수 있는 초등 2학년이다. 여전히 동생과 싸우고 숙제하기 싫어 짜증도 내지만 엄마는 그 모습이 예쁘고 귀엽다고 한다. 이제 엄마는 곁에서 기다려주며, 아이가 요구하기 전에 먼저 해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이의 성장과 여유로운 자신을 보면서 엄마는 자신의 과거 상처받은 9살 아이와 친해지려고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엄마는 이렇게 또 새로운 용기로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글 시작하기 전, 상황 설명을 톡으로 보냈더니…‘당연하죠~오히려 영광ㅋㅋ 기대 되요. 저도 보면서 맘 다잡아야지 흔들릴 때마다.’ 이렇게 답장이 왔다. 기꺼이 허락해 준 엄마의 용기에 또 다른 감동과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