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엄니의 냉동실을 뒤지니 이게 웬 횡재야? 눈부신 보석들이 나왔다. 직접 텃밭에 길러서 가을걷이로 말려둔 늙은 호박을 넣고 햇찹쌀가루를 부수어 시엄니의 보석들과 함께 늙은호박영양찰떡으로 세팅을 다시 했다.
반짝반짝 눈부시다.
내가 결혼할 때 시어머니께서는 손수 끼시던 누런 금반지 한 쌍을 나에게 주셨다. 없는 살림에 며느리에게 뭐라도 주시고 싶으신 그 마음이 전해져 나는 다시 세팅할 생각도 안 하고 그대로 모셔두고 있다.
집 앞 작은 텃밭을 가꾸면서 한시도 쉬지 않으시던 시어머니께서는 철마다 수확한 소산물들을 주시는데 언제나 B품을 주신다. 본인은 B품 아니라 C품도 가지신다. A품은 죄다 목사님이나 지인들에게 나눠주시는 것이다.
새벽마다 어둠 속에서 별빛을 찾아가듯 새벽기도를 가시던 어머님은 언젠가부터 길을 자꾸 잃으셨고 기억도 잃어가셨다.
텃밭의 기억을 잃기 전 이것저것을 심으라 당부하셨던 엄니의 소원대로 나는 텃밭을 열심히 가꾼다. 덕분에 비록 손바닥만 하지만 배추 농사도 고구마 농사도 양파 농사도 대풍이다. 올해는 콩 보석들을 기르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어머님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콩 보석들을 길러서 어머님께 드려야겠다.
나는 A품만을 어머님께 드린다. 평생 B품만 드셨던 엄니께 A품을 드리기 위해 오늘도 텃밭에 심은 것들이 잘 자라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