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의 보물, 생태계의 보고 광포만

광포만은 사천시 곤양면 대진리와 서포면 조도리 일대 130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갯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남 최대의 습지이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물과 모래가 곤양천을 따라 자연스럽게 광포만으로 흘러들어와 모래톱이 만들어졌고 그 모래톱에는 3만 평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갯잔디 군락이 분포한다.

갯잔디는 염생식물로 일반적으로 모래톱에 개펄이 뒤덮인 혼합형 모래밭에 서식하며, 군락을 이루면 다른 염생식물이 함께 자랄 수 없을 정도로 생존력이 강한 식물이다. 갯잔디 군락은 새들의 사냥터가 되기도 하고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며 훌륭한 휴식처가 되기에 군락지 주변에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온다. 또한 패류나 게 종류 그리고 어린 치어들의 서식지로 포식자들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천연기념물 원앙

광포만의 새들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 모임과 사천환경운동연합 조사에 따르면 광포만에서 관찰된 조류는 117종에 이른다. 그 가운데 멸종위기종인 검은 머리 갈매기도 관찰됐다. 검은 머리 갈매기는 전 세계에 1만여 개체가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국제보호종인 동시에 환경부 지정 보호종이다. 광포만에는 약 150마리가 월동을 한다. 2005년 겨울에는 재두루미 18개체가 혹한을 피해 갯잔디 군락에 약 일주일 정도 머무르기도 했으며, 국제적 멸종위기 조류인 저어새 무리도 인근 서포 소류지에서 발견되었다. 천연기념물 제323호인 황조롱이, 제323-2호 붉은배새매, 멸종위기종 1급 물수리,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며, 천연기념물 제323-7호인 매, 제327호인 원앙, 제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 제201-2호인 큰 고니, 제203호 재두루미, 제446호 뜸부기, 알락꼬리마도요, 아비 등 수없이 많은 희귀 새들이 광포만을 찾아온다.

 

기수갈고둥

다양한 생태계 광포만

사천만과 광포만에서 주로 산란하고 성장해 나가는 어류는 감성돔, 농어, 전어, 도다리 등이며 패류는 굴, 바지락, 재첩, 백합 등이 있다. 특히 곤양천 하구는 재첩이 많아 서포면 조도리와 곤양면 대진리 일부 주민들은 재첩을 잡아 생계를 유지할 정도였다.

곤양천 하류 광포만 상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에는 기수갈고둥이 서식하고 있다. 광포만의 광활한 갯잔디 군락에는 대추귀고둥이, 해안선을 따라 붉은발말똥게, 흰발농게, 갯게가 살고 있음이 확인되었고, 수달과 삵도 일부 개체가 사는 것이 확인되었다. 모두 멸종위기 보호종들로 그만큼 광포만의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방증이다.

 

광포나루

광포만의 위협 요소 대진산단 조성공사

광포만은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바닷물이 들고 나는 과정에서 보이는 무수한 생명과 갯벌이 숨 쉬는 소리를 듣고 나면 꼭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천의 환경 활동가들은 오래전부터 광포만의 생태적 가치를 알아보고 연안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활동을 해 왔다.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11년 해양수산부가 습지 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우선조사 대상지로 선정해 관련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마지막 지정 시점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정되지 못했고 광포만은 결국 매립될 위기에 처했다.

환경 활동가들은 갯벌에 같이 파묻히겠다는 각오로 매립을 결사반대했고 눈물겨운 투쟁 끝에 결국 매립계획은 무산되었다. 그러나 광포만의 고난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2015년 대진산단 조성계획이 고시되어 광포만은 다시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곳은 산단이 조성되기에 부적합한 곳이었음에도 허가가 났다. 시행사의 부실한 재정 상태로 인해 몇 년을 표류하며 우리의 애를 태웠는데, 활동가들의 길고 힘든 노력이 무색하게 세 번의 유예를 거쳐 2021년 시공사를 SK건설로 바꾼 시행사가 기어코 공사를 재개해 현재 산단 조성을 위한 객토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산단 조성공사가 광포만의 생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공사 중 발파작업을 하며 생기는 큰 소음은 새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객토작업을 하며 생기는 토사물들은 광포만으로 흘러들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얼마 전 조류 모니터링을 위해 찾은 그곳은 그야말로 폐허 그 자체였다. 새들이 둥지를 틀고 살던 나무들은 모두 잘려 나갔고 많은 물류를 실어 나르는 배들이 쉬어가던 광포나루 터는 모두 뜯겨 사라져 버렸으며, 고동포와 연결된 맞은편 하천은 토사물로 인해 생물이 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절망의 탄식이 절로 났다. 활동가들은 공사를 중단시킬만한 거리를 찾았으나 이미 진행되어 버린 공사를 되돌릴 길은 없었다.

 

광포만 전경

광포만을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편입하자

그와는 별개로 2019년 한려해상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8개월간 국립공원과 연결된 지역의 생태적 우수성에 대해 조사를 했고 사천 광포만과 남해 동대만의 생태적 가치가 매우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번 생태계 조사 결과 기수지역에 자생하는 모새달 등 희귀식물의 신규 자생지와 멸종위기종 야생생물 1급 흰꼬리수리, 2급 검은머리갈매기 등 조류 7종이 관찰되었다.

수질 환경은 2~3등급으로 탁도가 높은 갯벌 특성을 고려하면 매우 좋음으로 나타났으며, 저서성 생물, 어류 등 동일한 시기에 다른 해역에 나타난 결과에 비교하면 평균 출현 종 수 및 개체 수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류의 먹이망 구조도 1차 생산자에서 4차 소비자까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나 생태적 안정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되어 생태계가 건강하고 체계적으로 잘 보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단 측에서는 이후 보호와 관리를 위한 지속적인 생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2020년 10년 주기로 돌아오는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조정에서 광포만의 국립공원 편입이 유력시되고 있다고 한다. 오랜 시간 광포만 보호를 위해 노력해 온 환경 활동가들은 가슴속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으리라.

그러나 여전히 대진산단 조성공사는 진행 중이고 광포만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은 많다. 환경활동가들은 계속 광포만을 알리고 보호하자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 개발보다는 보존이 우선이라는 환경 기치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환경 활동가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광포만 전경

<사진 모두 – 사천환경운동연합 윤병렬 제공>